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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불황, 마르크스·케인스는 어떤 조언을?

[책꽂이]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

■ 린다 유 지음, 청림출판 펴냄

전세계 직면 경제 위기 12개 주제로 나눠

12명 경제학자들의 이론으로 해법 모색




늘 위기는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세계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복병까지 만나 그야말로 ‘최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로나 실업’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적(敵)이 불러온 고용 위기와 기업들의 적자 행진은 그동안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넋 놓고 뒷걸음질치는 현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신간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은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마셜, 케인스, 슘페터, 하이에크 등 인류사에서 손꼽히는 경제 사상가 12인을 소환한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1930년대 대공황 등 세계 경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봉착할 때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모색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이 자국 경제 성장과 부(富) 창출에 있어 어느 때보다 심각한 한계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들의 지혜를 소환할 적기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 즉 ‘자본주의’의 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불평등이다. 어느 나라든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실제로 미국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영국은 상위 10% 부자들이 40%를 넘게 가져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 37개국 중 소득 불평등(세후 지니계수 기준)이 일곱 번째로 높은 나라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는 작금의 현실. ‘2차 도금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의 불평등을 바라보며 기회의 평등과 복지를 연구했던 앨프리드 마셜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 마셜은 기본적으로 큰 정부에 반대했다. 기업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가격이 공정하게 매겨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물·전기·가스 등 규모가 큰 관제는 민간이 효율적으로 맡을 수 없을 때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 번영이 경쟁의 힘에 달려있다는 기본 하에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정책은 수용했다. 근로 의욕이 꺾여 성장을 저해하지 않을 정도의 누진세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 같은 사실에 기반해 “(오늘날의 상황에서) 마셜은 소득 재분배에서 국가의 역할을 수용했을 것”이라며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감세 정책을 추진하라는 OECD의 권고는 마셜의 생각과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온건한 재분배를 표방하는 조세 정책을 검토하면서 이런 정책이 경제적으로 해롭지 않으며,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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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에 대한 실마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에게서 찾는다. 경제 성장 모델을 연구해 온 솔로는 ‘노동과 자본이 경제에 더해질 때 성장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 진보가 있을 때만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 진보는 기존 노동자와 자본의 투입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준다. 즉 투자와 노동의 전개 양상(실업 감소)에 따라 저성장 열차를 타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안다. 이 둘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쉽지 않다는 것을. 특히나 일본처럼 급속한 고령화로 인구통계 요인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경우라면 더더욱. 저자는 그러나 솔로 모델의 핵심은 기업이 몸을 사리며 투자에 관심을 끈 요즘 새삼 되새길법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카를 마르크스가 오늘날의 중국에 대해 자신의 원칙을 구현한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발점이 된 뉴욕 증시 대폭락을 앞두고 ‘바닥이 가까워졌고, 과거 고점으로 금방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해 체면을 구긴 경제학자 어빙 피셔에 대한 재평가 등도 흥미롭다.

책은 경제 재조정·무역 적자·중국의 미래·불평등·기업 혁신·자본주의 미래·중앙은행의 역할 등 12가지 경제 화두를 12명의 경제학자의 이론과 연결해 소개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명쾌한 해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기존 이론을 토대로 ‘그라면 이렇게 생각(주장)했을 것이다’ 식의 끝맺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상 가능한 결말이 다소 허무할 수도 있지만, 오늘날의 경제 이슈를 익히 알려진 이론으로 정리하고, (해결책 아닌) 시사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2만 5,0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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