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해지면서 일본 정치권의 스가 치켜세우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스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간 3파전이 예상되지만 일본 정가에서는 이미 스가의 대권을 기정사실화하고 줄서기에 나선 모습이다. 자민당 주요 파벌 대부분이 스가를 지지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추후 들어설 스가 내각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국회의원 98명), 공동 2위 파벌인 아소파(54명)와 다케시타파(54명) 등 3개 파벌의 회장은 전날 일본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총재선거 때 스가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호소다파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아베 신조 내각의 업무를 이어갈 리더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아소파 회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도 “위기관리와 정책수행을 담당해온 관방장관의 경험이 매우 크다”며 스가 장관 띄우기에 나섰고 다케시타파를 이끄는 다케시타 와타루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국난의 시기에 강한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며 스가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자민당 내에서 스가 장관을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스가 장관의 총리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스가·기시다·이시바 등 3명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스가 장관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자민당 7개 파벌 중 5곳이 스가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스가는 당내 국회의원 표의 7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후임 총리는 이달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여야는 오는 16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아베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집권 자민당은 이에 앞서 14일 총재를 뽑는 투표를 진행한다.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본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스가 장관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중앙 행정기관이 밀집한 도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서는 스가에게 찍히면 출세할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각료 경험자는 아사히신문에 “스가 정권이 됐을 때 찬밥 신세가 될 것을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한편 스가 장관이 자민당 총재선거에 입후보하며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장기집권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스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학재단에 특혜를 제공한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을 비롯해 국가재정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비난을 받는 ‘벚꽃을 보는 모임’ 등에 대해 “재무성 관계자의 처분도 이뤄졌고 검찰 수사도 진행됐다. 이미 결론이 났다”며 재수사 의지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장관이 2일 자민당 총재선거 입후보 기자회견 때 밝힌 정책에서 참신성을 느낄 수 없었으며 장기정권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유산까지 그대로 계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