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적 후 류현진(33)의 큰 변화 중 하나는 탈삼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3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올해 8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48개 뺏었다. 지난해는 7경기 만에 44⅓이닝을 던진 가운데 탈삼진 수가 45개에 달했다. ‘역대급’ 전반기를 보낸 지난해보다 올해 탈삼진 페이스가 더 빠른 것이다. 표본이 작기는 해도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가장 높은 탈삼진율(9이닝당 10.05개)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7위에 올라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인 8.08개,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로 최고투수상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지난해의 8.03개보다 훨씬 높다.
3일 마이애미 말린스 원정에서 류현진은 삼진을 8개나 뺏어내며 시즌 3승(1패)째를 거뒀다. 8탈삼진은 지난달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5이닝 무실점)과 같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다. 6이닝 5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토론토의 2대1 승리를 이끈 류현진은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1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토론토 구단의 단일 시즌 타이기록이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2.92에서 2.72로 낮춰 아메리칸리그 8위에 올랐다. 7월31일 기준 8.00이던 평균자책점을 불과 한 달여 만에 5.2 이상 뚝 떨어뜨렸다.
이날 마이애미전은 토론토가 이기기 힘든 경기였다. 1·2회 초에 잇따른 주루 실수로 득점에 실패했고, 4회 2사 1·3루 때는 3루 주자가 포수 견제에 잡혔다. 2회 말 수비에서는 병살타 기회를 송구 실책으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엉성한 주루와 수비, 미숙한 포수 리드는 물론 주심의 빡빡한 스트라이크존 설정에도 류현진은 꿋꿋했다. 그는 2회 무사 1·2루에서 2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2·3루 실점 위기를 바깥쪽 낮은 공을 앞세워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넘겼다. 답답하던 타선이 5회 6번 타자 로우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투런포로 힘을 낸 가운데 류현진은 5회 말 2사 뒤 연속 3안타로 점수를 내줬지만, 2사 1·2루에서 바깥쪽 코스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6회 첫 타자에게 2루타를 맞은 뒤에는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한 뒤 2사 3루에서 낮은 코스의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뺏었다.
투구 수 99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체인지업 27개, 포심 패스트볼 26개, 컷 패스트볼(커터) 22개, 투심 패스트볼 12개, 커브 12개를 던졌다. 잘 알려진 체인지업과 커터뿐 아니라 시속 107㎞의 느린 커브까지 섞는 현란한 레퍼토리에 상대 타선은 속수무책으로 헛방망이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MLB 대표 강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지난해까지 땅볼 위주의 맞혀 잡는 투구를 했던 류현진은 상대적으로 약팀인 토론토에서는 가급적 타구를 만들지 않고 타자와 승부를 직접 끝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MLB닷컴의 토론토 담당 기자는 “동료들이 벌인 난장판을 류현진이 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깨끗이 정리한 셈”이라며 “토론토 선수 중 상당수는 류현진에게 저녁을 대접해야 한다”고 적었다. ‘소년가장’ 소리를 듣던 KBO리그 한화 이글스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요즘이다. 류현진은 이날 동료들의 실수에 대해 “주자들이 일부러 죽은 것도 아니고 노력하다가 상대 팀에 당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연패에서 벗어난 동부지구 3위 토론토(19승16패)는 2위 뉴욕 양키스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