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동반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울산에 대규모 정전 사태를 가져오면서 3일 오전까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가구마다 정전으로 암흑 속에서 밤을 보냈지만, 정전 복구는 여전히 더뎌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3일 오전 2시 5분께 670여 가구 규모의 남구 강변센트럴하이츠 아파트, 동구 전하동 푸르지오 1,300여 가구, 중구 에일린의뜰 3차 670여 가구, 북구 달천아이파크2차 930여 가구 등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 정전이 이어졌다. 북구 강동산하지구와 울주군 범서읍 등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
주택가를 포함하면 울산시 5개 구·군 전체에서 정전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중구 일부 지역은 정전에 단수까지 되면서 암흑 속에서 밤을 지낸 시민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중구 한 주민은 “정전 된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강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불안해했다. 울주군 한 시민은 “정전 6시간이 넘었는데 언제 복구되느냐”며 하소연했다.
시민들은 한전에 정전 신고를 하려 했지만, 통화량이 몰려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한 아파트 주민은 “정전 복구가 안 돼서 냉장고 음식들을 다 버려야 할 지경”이라며 “정전 당시 한전 전화가 불통이어서 한전 애플리케이션으로 신고는 했는데, 언제 복구가 되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라고 호소했다.
관광서도 정전을 피하지 못했다. 지역 경찰서 4곳 중 3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경찰서마다 설치된 비상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수초 만에 정상을 되찾았지만,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 주요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뻔 했다.
울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동부경찰서는 3일 오전 2시 40분부터 정전이 시작돼 5시 10분께 복구가 완료됐다. 전하와 양정, 남목지구대도 정전됐다. 이보다 앞서 오전 2시 20분께 남부경찰서가 정전됐으나 곧바로 복구됐다. 남부서 관할 본동파출소도 정전됐다. 오전 3시 20분께는 중부경찰서가 정전됐다 4시 10분께 복구 완료됐다. 이 밖에도 울산 문수산 중계소에 있는 경찰통신망이 정전됐다 곧바로 복구됐다. 울산경찰청 1기동대와 2·3중대도 오전 2시 40분께 정전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풍으로 인해 지역 일대가 정전되면서 경찰서도 함께 정전됐지만, 비상발전기가 즉각 가동되면서 치안 공백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내 곳곳에선 신호기가 작동불능에 빠졌다. 정전과 누전, 파손 등으로 울산 전역 교통신호등 51개가 꺼졌고, 상당수가 출근 시간대까지 복구되지 않았다. 이에 울산시는 ‘신호등 작동이 원활하지 않으니, 안전운전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안전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심 주요 교차로 43곳에 3개 의경중대 96명을 배치해 이날 오전 교통관리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시내 곳곳 신호등이 정전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오전 6시 50분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지각해 한때 공장 곳곳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오전 2시 30분 정전이 발생한 뒤 곧바로 비상 발전기를 돌려 큰 피해는 없지만, 단위 공정 2개는 현재 복구가 필요해 복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울산 공단 내 일부 기업이 밤사이 정전으로 인한 감압이 순간적으로 발생했지만, 자체 발전기를 돌려 피해를 막았다. 북구와 남구 일부 중소기업들은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나 사무실 업무를 중단한 채 직원들을 퇴근시키기도 했다.
학교도 정전 피해가 잇따라 고등학교 17곳, 중학교 12곳, 초등학교 21곳, 유치원 33곳, 특수학교 1곳 등 모두 84곳이 전기가 끊겨 한때 학교 업무가 중단됐다. 울산대학교도 정전 때문에 한때 업무에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이날 중 정전 복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전이 발생한 곳이 워낙 많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동시다발적으로 정전 신고가 들어오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집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울산지사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복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