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에 대하여(홍세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유명한 진보지식인 홍세화 씨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들을 묶어 출간한 이 책은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가난의 대물림”이 이뤄지는 우리 사회를 직시하게 한다. “요행으로 살아남았다”는 저자는 속절없이 죽은 세월호 학생들과 여전히 차별받는 성소수자,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낸다. 코로나19와 검찰 개혁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올 상반기에 하청노동자 38명이 물류창고 화재로 목숨을 잃고 주민의 갑질에 시달린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부시간은 ‘세계 최장’임에도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은 존재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소유를 위한 수단이며, 학생은 시민이 되기 전에 고객부터 됐다. “정치는 통치와 행정으로 수렴”됐다는 저자는 진보 정치의 현실과 미래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