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부동산 감독기구' 해외에 없다는데…국토부 '우린 감시 필요하다'

입법조사처, 추경호 의원실 의뢰로 보고서

국토부 제시 영국·미국 등 사례는 성격 달라"

임대차는 독일 등 해외 사례들면 필요 강조

감독기구는 해외 없어도 '우린 필요하다'

국토부, "의심거래만 조사한다는 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시장 감시기구(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치 근거로 제시한 영국과 미국의 해외 사례를 ‘정부 차원에서의 부동산시장 전담 감독기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감독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유세 인상, 임대차법 개정 등의 경우 해외 사례를 참고하더니 감독기관의 경우 우리 실정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필요한 부분만 인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해외에는 거래분석원 조직 없다>

추경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입법조사처에 조사를 의뢰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시장을 전담해 모니터링하거나 감독하는 기관의 사례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부동산감독기구인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해외 사례로 영국의 시장경쟁국(CMA), 미국 캘리포니아주 부동산국, 미국의 연방주택금융청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전반적인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전반을 감독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 판단이다. 입법조사처는 “영국의 시장경쟁국은 소비자 보호 관련 사무 중 하나로 주택소비자를 위한 가격 책정의 공정성 등에 대해 감독 업무를 하고 있다”며 “다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이 얼만큼의 규모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부동산국에 대해서도 “부동산중개인의 면허, 부동산정책 규제, 이해관계자 교육 및 부동산 관련 법률 집행 업무를 하고 있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라고 이해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미국의 연방주택금융청은 “연방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는 주택기관들의 재무건전성을 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연방기관”이라며 “미국 주택대출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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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토부는 추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부동산 시장 투명성 확보와 불공정 거래의 촘촘한 감시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 등을 통해 시장 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논의에 착수한 단계”라며 “다만 현재까지 조직과 인원 등 구체적으로 검토된 내용은 없고, 향후 관계기관과 논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우려되는 부동산 빅 브러더>

정부가 밝힌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모델로 한다. 제반 사항을 고려해 볼 때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활동하지만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 견줄 만한 힘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명칭에서 ‘감독’은 뺐지만 계좌 조회권을 부여해 금융거래는 물론 세금 등 모든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한 예로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융통해주는 것도 분석원이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위법 의심사항을 전제로 계좌 조회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활용해 과도하게 개인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거래분석원에 계좌 조회권을 부여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통신 조회 등 경찰과 같은 권한을 부여하자는 의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기준이 되는 의심거래와 관련해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 불분명하다”며 “과잉 정보열람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불법가능성이 높은 의심거래에 한해 부동산 실거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부동산거래분석원의 모태가 될 국토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 또한 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주택거래를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불법 가능성이 높은 의심거래에 한해서만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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