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6거래일 만에 국내 증시로 돌아오면서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했다. 그동안 언택트 업종 등에 밀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오랜만에 급등세를 타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지난달 이후 반도체 업종을 3조원 가까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동학개미’들의 인내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 모양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3%(31.53포인트) 상승한 2,395.90에 장을 마무리했다. 장 중 한때 2,4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장 후반 힘이 달리며 상승분 일부를 내줬다. 이날 모처럼 외국인들이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상승장을 이끌었다. 외국인들은 1,92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1,338억원, 96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장 중 2,500억원이 넘는 순매수액을 기록했지만 장 후반 매도량이 늘면서 전체 순매수금액이 줄었다.
외국인들은 전기·전자업종, 특히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이날 삼성전자 순매수액만 2,237억원으로 전체 시장 순매수액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3.68%(2,000원) 오른 5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7월28일(5.4%)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디램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우려로 주가가 5만4,000원대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미국 팹리스 기업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 생산을 맡는다는 소식에 외국인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여기에 전날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84% 급등하는 데 힘입어 반도체 관련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도 외국인들은 매도했지만 기관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4.24%(3,200원) 급등한 7만8,700원에 마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등한 데 힘입어 관련 종목 위주로 상승폭을 확대했다”며 “특히 외국인이 관련 종목 위주로 순매수 규모를 확대한 점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모처럼 급등하면서 최근 줄기차게 이들 종목을 매수해온 개인투자자들도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이후 개인들은 삼성전자 주식 1조8,0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SK하이닉스 주식도 9,7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체 개인 순매수금액(6조6,467억원)의 41.8%에 달할 정도로 이들 두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해당 기간 개인들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가가 5만6,757원, SK하이닉스는 7만8,079원임을 고려하면 이날 급등으로 그동안의 속앓이를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외국인의 복귀로 그동안 우려했던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덜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외국인은 1조6,36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이후 이틀간 4,500억여원을 추가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날 매수세로 전환하면서 외국인의 매도가 단기적인 이벤트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은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달러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순매도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반도체 외에도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 지원을 받는 수소·풍력·태양광 관련 종목들이 특히 강세를 보였고 그동안 덜 오른 종목들이 수익률 격차를 줄이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편 코스닥지수도 이날 0.85%(7.39포인트) 상승한 874.13에 장을 마감하면서 연중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