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진보로 바뀐 대법…'전교조 합법' 판결

"법외노조 통보, 적법하지 않아"

'원고 패소' 원심 판결 뒤집어

해직교사 조합원 사실상 인정

경영계 반발 등 파장 거셀 듯

0415A01 전교조 법적 지위 소송 일지



대법원이 3일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가 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인 노조법·교원노조법 시행령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시행령이 법률을 막아설 수 없는’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는 논리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가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뒀기 때문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해고자의 노조원 자격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직원노조뿐 아니라 노사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로 경영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기존 1·2심 판결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완성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진보성향 대법관들이 잇따라 뒤집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10대2의 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에 이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바 있어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 지위 박탈이 아니라 노조로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 근거인 시행령 조항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관련법 규정에 의하면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고용노동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며 소수로 반대의견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현행 법률 규정과 실질적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판결이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활동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인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할 때 재직자가 아닌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허용은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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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사진제공=대법원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사진제공=대법원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를 시행령에 둔 게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넘어선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존재 자체의 부정이 될 수 있고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며 “따라서 법률에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노조법에 법외노조 통보에 관한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시행령서 규정토록 위임한다는 언급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특히 법외노조 통보의 경우 1987년 법 개정으로 사라진 노조 해산명령 제도를 법률상 근거 혹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조 해산명령제도와 비교해도 노동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없어서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를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노사관계 전반에 파장이 크다 보니 법조계 평가도 엇갈린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시행령에 따라 가입 자격이 없는 이들이 있는 노조를 노조로 볼 수 있는지로 앞으로 정확히 짚어야 한다. 노조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현 정부 들어 노동 판결의 진보성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종연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향후 노조법에 법외노조통보 근거조항을 입법해도 노동3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대법원에서만 판결이 4년 반이 소요된 점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교조의 법외노조 지위가 당장 해소되는 건 아니다. 전교조가 본안 소송과 동시에 낸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최종적으로 기각됐기 때문이다. 추후 열릴 본안 소송의 파기환송심을 거쳐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다. 전교조는 해직 교원 9명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용부에서 지난 2013년 10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한편 전교조는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다.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지난 2010년부터 해직 교사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었고 정관상으로도 해직자의 노조원 자격을 인정했다. 고용부는 정관을 고치고 해직교사들을 탈퇴하라는 시정명령을 했지만 전교조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3년 9월 최종 시정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자 한 달 후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1심과 2심 모두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박준호·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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