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 신한금융은 두 곳을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해 대규모 자본확충은 물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앞서 KB금융이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신한금융까지 글로벌 사모펀드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국내 금융주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지 기대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1조2,000억원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어피니티와 베어링PEA는 신한금융이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를 각각 6,000억원씩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대로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어피니티와 베어링PEA는 약 4% 신한금융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신한금융이 글로벌 사모펀드를 전략적 투자자로 맞아들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금융그룹과 거대 글로벌 사모펀드가 손을 맞잡는 것은 올 들어서만 두 번째다. 6월에는 칼라일이 교환사채(EB) 발행 방식으로 KB금융에 2,400억원을 투자하며 20년 만에 국내 금융사에 베팅했다. 이번 신한금융 투자도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만나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그룹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고질적인 저평가에 시달려온 국내 금융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더욱 바닥을 치면서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은행업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9배까지 떨어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간 4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내며 국내 리딩금융으로 꼽히는 신한금융도 이날 기준 PBR이 0.33배에 불과하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칼라일 역시 KB금융의 EB 교환가액을 주당 4만8,000원으로 설정했다. 이날 종가 기준 3만7,400원인 KB금융 주가가 5년 이내 4만8,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과도하게 저평가된 국내 금융주에 대한 투자 가치가 재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