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루종일 "형소법 148조" 309번 되풀이한 조국…정경심 재판서 '증언 거부'

檢 "증언 거부 말고 실체적 진실 밝혀야"

조국, 재판 끝날 때까지 계속 증언 거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관련 재판이 시작된 후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한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증인은 증언을 거부할 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전날 정 교수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은 검찰 신문에 앞서 미리 준비해온 소명사유를 통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 법정의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다”며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 역시 배우자의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 등으로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 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증인이 친족에 대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이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저는 형사법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면서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권리 행사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법정에서는 그런 편견이 작동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이날 증인 신문이 끝날 때까지 그는 검찰의 모든 질문에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다”는 답만 309차례나 되풀이했다.


이에 검찰은 “증인(조 전 장관)은 증언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증인이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거부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기 때문에 법정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봤다”며 “더욱이 증인은 법정 밖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검사를 비난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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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검찰 주장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는데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권리 행사가 정당한데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도 검찰의 주장에 반박하려 했으나 재판부는 “증인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지했다.

앞서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반대해왔다. 정 교수와 부부 사이인데다 공범으로서 증언을 거부할 권리도 있는 만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이유로 소환에 불응할 수는 없다며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동안 재판 출석 전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던 조 전 장관은 이날 미리 신청한 증원지원 서비스를 통해 비공개로 법정에 들어갔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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