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다음 쉐보레를 혼다가 디자인할 수도? GM-혼다 협력의 숨은 의미는







‘당신의 다음 쉐보레는 혼다가 디자인할 수도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미국 GM과 일본 혼다의 북미 시장 전략적 제휴 사실을 알린 CNN 인터넷판의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GM과 혼다가 ‘미래차’가 아닌 현재의 차, 머지않은 미래에 팔게 될 신차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위와 같은 제목을 달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GM과 혼다의 제휴 협약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것은 물론 부품구매, 연구개발(R&D), 커넥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서로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CNN은 이를 “두 회사가 동일한 기계적, 물리적 구조를 여러 차량에 적용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GM과 혼다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각자 브랜드의 차량에 적용하는 한편 부품 시스템도 공동 개발해 부품 공동구매에도 나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 모두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부품 구매 코스트도 한층 다운시킬 수 있게 된다.

구라이지 세이지 혼다 부사장은 “GM과의 연합으로 북미 시장에서 비용을 줄이고 그렇게 확보한 비용을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이번 협력으로 두 회사는 신차 개발에서 상당한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또 두 회사가 R&D 전반에서도 협력하기로 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R&D에는 디자인도 포함된다. 때문에 CNN 기사는 이번 협약의 결과로 나올 수 있는 GM 쉐보레 신차의 내외부 디자인을 혼다가 할 수도 있다는 제목을 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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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회사는 지난 4월 GM의 자체 배터리인 ‘얼티엄’을 이용한 혼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2종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GM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크루즈 오리진’을 위한 디자인과 배터리 등에서도 두 회사는 협력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술제휴, 공동개발은 물론이고 인수합병(M&A)과 상호 투자, 지분 교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휴를 모색해왔다.

자동차는 신차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금액이 든다. 플랫폼과 엔진 개발비까지 포함시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신차를 개발해 같은 차를 최대한 많이 팔았을 때 가장 높은 수익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각 회사가 강점을 가진 시장에 보다 쉽게 진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종연횡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실패한 사례도 있고 성공한 사례도 있다. 과거 독일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서로의 가치관과 문화 차이로 성과 없이 끝내 갈라섰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의 닛산이 상호출자로 만든 르노닛산얼라이언스는 대체적인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이 얼라이언스엔 2016년 미쓰비시도 합류해 현재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형태다. 최근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스탤란티스’란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는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시했던 전기차는 이미 현실이 됐고 배터리 산업은 커져만 가고 있다, 내연기관 시대의 헤게모니를 놓치기 싫은 전통의 자동차 기업들은 자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거나 전기차 시대를 건너 뛰고 수소연료전치차 시대로 직행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등 새로운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 정보통신(IT), 소프트웨어 분야 테크 기업들이 범(凡) 자동차 생태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런 환경에서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완성차 회사는 단순한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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