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우리 기업들을 외국자본이 인수합병(M&A) 등으로 이른바 ‘기업사냥’을 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발의한다. 투기자본에 대한 위협을 줄이고 기업들이 경영에만 집중하게 지원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게 돕는 방안이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당 의원은 상법 개정안을 7일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발의될 상법개정안은 자본시장 개방 등에 따라 잦아지고 있는 경영권 위협에 기업이 실효성 있는 방어수단인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담았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미국과 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선 해외 투기자본이 자국 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신주인수선택권은 해외 투기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등 경영권 침해를 시도하면 신주 발행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주식이 헐값으로 발행돼 기업가치가 떨어질 위험도 있어 ‘포이즌필(Poison Pill, 독약처방)’이라고도 불린다.
두 제도는 ‘1주 1의결권’ 원칙과 배치되고 대주주 권한 남용과 견제 무력화가 우려된다는 지적 때문에 현재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외국 자본과 국내 기업 간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는 데다 이번 정부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간섭에 길을 열어줄 우려가 있어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03년 SK와 영국계 펀드 소버린, 2005년 KT&G와 미국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 사이에 생긴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2016년 삼성전자 분할 요구,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며 주요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됐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터스(S&P)가 코로나로 경영이 어려워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이마트, 현대제철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추 의원은 “전시경제에 준한다던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과도한 규제로 부담만 늘리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잦아진만큼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균형 잡힌 제도 마련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