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소요재원 파악도 없이…정치권 票만 보고 '현금복지' 지르기

[국가재정을 지키자]

<3>현금성 복지에 나라곳간 비어간다

3일간 11건 선심성 법안 쏟아내

"국가살림 뒷전…재정준칙 절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건물./연합뉴스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건물./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정치권은 표(票)의 향배를 가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소요재원 추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선심성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가하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지급 범위와 재원 대책보다 ‘선별’과 ‘보편’이라는 선명성 경쟁만 일삼고 있는 형편이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에 정책 신뢰는 무너지고 국민분열만 야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3일까지 단 3일 동안에만 코로나19와 관련한 보상 관련 법안이 11건에 달했다. 양금희 국민의 힘 의원은 여행과 예식·외식·항공 등의 예약취소로 인한 위약금 등 코로나19로 발생한 피해금액에 대해 각각 15%씩 종합소득산출세액 공제 내용을 포함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해로 인해 농작물 등을 다시 심는 경우 현재의 종묘 대금과 비료대금 외에 그동안 투입된 모든 비용을 보조·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재해를 입은 뒤 피해액 지원금액이 종전의 종묘·비료 대금 수준에서 노임과 농업용 차입금 이자 등으로 확대된다. 이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 제한과 금지 명령 조치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소상공인의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 따른 손실 범위 산정을 통해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야 의원의 백가쟁명식 제안은 개정안 통과를 통해 국가 재정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소요재원 추계도 담겨 있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위기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요재원 추계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재정준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0715A04 코로나19 주요 개정안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선별 지급과 전 국민 지급 논쟁도 국가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정치적 선명성 확보를 위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서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정이 선별적 지급에 가닥을 잡은 후 설훈 민주당 의원은 “선별에 행정적 비용이 들고 시간적 문제도 있어 오히려 불합리한 내용이 많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보다 정치적인 선명성 확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선명성 경쟁은 공무원 봉급 삭감안에서 절정에 달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공무원들의 9~12월 4개월 동안 임금 20%를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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