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퇴사 글 올렸더니 ‘좋아요’ 500개 달리더라

서른은 시간과 돈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언제일지 모르는 직장 밖 생활은 직장인의 숙명…10년 먼저 그때를 대비해보자란 생각에 퇴사


단어로서 퇴사는 양면적이다. 부정성과 긍정성이 동시에 베어 있다.

준비성 없는 퇴사는 막막함과 동의어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 중 누군들 퇴사를 꿈꾸지 않으랴. 다만 그 이후가 불안하기에 오늘도 묵묵히 출근버스에 오른다.



퇴사는 미래지향성도 품고 있다. 무언가의 끝마침은 곧 또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다. 홧김에 사표 쓰는 경우도 있다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모험을 즐기지 않는다. 퇴사 후 각자가 상정한 도약의 과정으로 발길을 옮긴다.

강혁진 워크베터컴퍼니 대표가 7년간 다녔던 회사를 떠나겠다고 공표했을 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후자에 가까웠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페이스북에 퇴사 소식을 알렸더니 글쎄 ‘좋아요’가 500여개가 달렸어요. 회사에는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대다수가 축하인사를 건넸죠. 모두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새로운 꿈을 제가 한다는 관점에서 응원해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듣기 위해 광화문 라이프점프 본사 스튜디오로 강 대표를 모셨다.

강혁진 워크베터컴퍼니 대표강혁진 워크베터컴퍼니 대표




-자기 소개 부탁 드린다.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월간 서른’의 강혁진이다. 금융회사(BC카드)를 다니다 퇴사했고 지금은 플랫폼 운영, 작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왜 하필이면 서른이냐.

“20대와 40대의 사이인 서른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20대는 돈이 없는 반면 시간이 많고 40대는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다. 30대는 시간과 돈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시기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알지? 그 노래 들어보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 노래가 나온 시기가 90년대였는데 그때와 지금은 기대수명이 달라졌고 그때 20대가 해야 할 고민을 지금 30대가 한다. 서른은 그렇게 삶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다.”

-‘월간 서른’은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보이는데 좀 더 설명해달라.

“2018년 1월에 첫 삽을 떴다. 오프라인 강연모임으로 출발했다. 직업군으로 보면 작가, 스타트업 창업가, 자영업자 등으로 다양하고 누구나 알만한 사람 혹은 누구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자기 이야기를 건넨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자기 콘텐츠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30대만 갈 수 있는 건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20대도 있고 4050 세대도 참여한다. 어찌 됐든 궁극적 목표는 언젠가는 직장 밖의 생활을 해야 하는 우리들이 10년 먼저 그때를 대비해보자란 것이다.”

강연회에서 강 대표.강연회에서 강 대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거네. 남들보다 앞서 고민을 하는 분들 같은데 그들을 다 만나본 강 대표가 봤을 때 인생 후반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이랑 사뭇 달라진 것을 체감하나.

“내가 직장인이었을 때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기 어려웠다. 재미있는 것을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직장 생활이 재밌었다. 그때 느꼈던 것이 ‘우리는 무엇이 재밌는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월간 서른’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낮다, 란 사실도 알게 됐다.”

-그들은 왜 행복해 하지 않는 걸까?

“스스로가 행복한지 고민하는 과정을 연습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직장에서 행복하지 않게 일하는 사람을 옆에 두면 내가 행복해질 리가 없고 주변인이 행복하면 나 역시 그 행복함의 기운을 건네 받을 수도 있는데...”


-강 작가는 회사 생활이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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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이 즐거워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7년 반 정도를 다녔는데 3번 팀을 옮겼다. 그 중 2번은 회사에 내 의견을 어필해서 얻어낸 것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지. 마케팅, 특히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서 웹기획, 소셜미디어 운영 등을 주로 담당했다.”

-7년 넘게 다닌 회사를 관두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너무 신기하게 많은 분들이 축하인사를 해주셨다. 페이스북에 퇴사예고를 올렸더니 거기엔 ‘좋아요’가 500개 넘게 달렸고.

제가 일했던 회사가 사실 이직이 잦은 직장이 아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나간다고 하면 그게 뉴스가 되는 곳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전 직장동료들 모두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던 것 같다. 모두가 몇번씩은 (퇴사를) 생각해봤겠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거겠지. 이를테면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마음’이랄까. 자기의 것을 하러 퇴사하겠다고 하니 응원해주고 싶으셨던 거 아닐까.“



-가족도 당연히 응원해줬을 것 같다.

“물론이다. 아내가 굉장히 큰 힘이 됐다. 퇴사하고 이직을 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나의 일을 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아내가 내 생각을 지지해줬다. 아내는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퇴사, 월간서른, 출판.. 일련의 작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건가.

“한 회사에 20년 넘게 일하고 40대 후반에 퇴사했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거다. 시간이 흘러 4050 세대가 됐을 때 수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본인을 마케터라고 소개한다. 본인만의 정의를 말해준다면.

“마케터는 가치를 교환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회사의 가치, 고객은 고객의 가치가 있는데 이것을 지속적으로 교환하게 해주게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 마케터다.

대학생 대상으로 강연할 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너희들에겐 고객이 있니?” 이 질문에 대다수는 없다고 답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본인들에게 용돈을 주는 부모님도 따지고 보면 고객이다. 용돈 10만원을 받다가 인상을 바란다면 고객이 그 이상을 쓸 수 있게 가치를 높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용돈은 무의미한 게 되니깐. 지금 우리도 인터뷰를 통해서 가치를 교환하고 있는 거다.“



-최근에 신간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란 책을 냈는데.

“모든 사람이 마케터이고 자기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경험-질문-관점-월간서른 등 총 4개의 챕터로 구성했다. 관점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마케터라면 많은 경험,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한데 내 개인 이야기를 덧붙여서 설명하려고 했다. 마케터로서 오래 성장하고 싶은 분들, 특히 입사 2~3년차인 신입 마케터들을 생각하며 썼다.”

-다시 회사인간이 될 생각은 없는가?

“죽을 만큼 힘들면 다시 직장을 찾아야겠지.(하하) 아직은 그런 고민하지 않는다. BC카드는 직장으로서는 매우 좋은 곳이었다. 거길 포기하고 나왔으니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사업을 더 확장할지, 개인 크리에이터로서 경력을 연장할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끝으로 강 작가가 지금은 30대이지만 나이를 먹어 40대가 된다면 ‘월간서른’은 ‘월간마흔’이 되는 건가.

“‘월간서른’은 나만을 위해 만든 브랜드가 아니다. 내가 40대가 되면 인생에서 또 다른 중요한 시기를 거치는 것이겠지만 ‘월간서른’은 늘 그랬듯 ‘월간서른’으로 남지 않을까?”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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