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노딜 브렉시트’ 눈 앞에 둔 영국, 탈퇴협정도 무시하나

'EU 탈퇴협정 무력화' 으름장

지난해 2월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난해 2월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 협상 결렬 가능성이 커지자 기존 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래관계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연말까지 설정된 전환(이행)기간 종료 후 사실상 노 딜(no deal) 상태로 EU를 완전히 떠나게 되는 만큼 기존 합의 사항 중 일부를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일 ‘내부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7월 공개된 보고서에 토대를 둔 것으로,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간 뒤에도 영국 내 4개 지역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가 단일한 통상규칙 아래 운영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문제는 영국 정부가 해당 법안에서 EU 탈퇴협정에서 합의된 일부 내용을 뒤집거나 삭제하려는데 있다. 앞서 영국은 EU와의 협상 합의에 도달한 뒤 지난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크게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EU 탈퇴협정’과 전환기간에 진행될 미래관계 협상의 기본토대에 관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으로 이뤄졌다. 이중 EU 탈퇴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적 조약으로, 영국은 EU 탈퇴협정법을 통해 이를 국내법으로 소화했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협정 중에서도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과 농식품, 동물 등의 통관 및 검역과 관련한 내용,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내부시장법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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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내부 시장에 최대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우리의 우선사항은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의 큰 이점을 지키면서도 영국 연합왕국에서의 북아일랜드 자리를 지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위원회를 통해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의 미해결된 이슈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신의를 갖고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책임 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북아일랜드 지역사회를 보호하지 못하는 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fall back option)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8일부터 런던에서 열리는 미래관계 8차 협상을 앞두고 EU 측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양측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존 EU 탈퇴협정도 지키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실제로 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 탈퇴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조약인 만큼 이를 일방적으로 어길 경우 국제사회에서 영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집권 보수당이 하원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만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 같은 방안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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