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치킨집’ ‘기승전 커피집’이라는 말이 있다. 전공·직종을 불문하고 정년 퇴임 후 결론은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커피집 창업이라는 현실을 빗대 나온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이 같은 현상을 바꿔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내수경기 침체 여파로 그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카페 개업 수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전국 카페 개업은 6,745건으로 지난해 동기(7,517건) 대비 772건(10.3%) 감소했다.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카페 개업 수는 감소했다. 이중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지난해 대비 172건 줄어든 경기도다. 이어 ▲서울(141건↓) ▲대구(80건↓) ▲인천(56건↓) ▲부산(20건 ↓) ▲광주(15건 ↓) 순이다.
카페 개업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매출 감소다. 실례로 소상공인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강남역 카페 평균 추정 매출액은 약 5,089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추정 매출인 약 7,561만원 대비 2472만원가량 줄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코로나19 확산이 오프라인 매장에 큰 타격을 주면서 상반기 카페 개업의 수는 자연스럽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카페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 내 식음 금지 조치까지 내려지면서 개업 수는 당분간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현상은 카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배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의 개업 수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관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올 2·4분기 서울에서 전 분기 대비 2만개 이상의 가게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한 점포의 절반가량은 음식점이고 유흥업소·PC방도 다수를 차지했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2·4분기 서울 상가는 37만321개로 1·4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음식업 점포는 1·4분기 13만4,041개였지만 2·4분기에는 12만4,001개로 1만40개가 줄었다. 3개월간 감소한 2만여개 상가 가운데 47.4%가 음식업종에서 사라진 셈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음식업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면서 외식과 회식이 줄어들며 매출이 감소했다”며 “인건비와 재고비용·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매장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마트 등 소매업종과 인쇄소·미용실 등 생활서비스업종에서도 직전 분기 대비 3,000개 이상의 매장이 사라졌다. PC방·유흥업소 등이 속한 관광·여가·오락업종은 10.8%(1,260개)가 줄었다.
부동산114 측은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서울에서 문을 닫는 점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제한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여 연구원은 “영업난에 빠진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질 경우 공실이나 가계부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