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귀뚜라미야

고진하

변소에 들어가면


귀뚜라미들 울지도 않고

못대가리처럼 벽에 조용히 붙어 있네

볼일을 끝내고

다시 방에 들어와 있으면

금세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리지

귀뚜라미야!

귀뚜라미야!

아무도 없는 데서

나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단다

벽에 이마를 짓찧으며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단다


저런, 함께 울고 가시지 그랬어요. 우리도 외로울 때 혼자 우는 모퉁이가 있어요. 울다 지쳐 돌아보죠. 같이 울어줄 누가 없나? 일제히 울면 슬픔도 우렁차죠. 당신도 슬플 때가 있군요? 하긴 손톱만한 우리도 호수 같은 슬픔 있으니, 장승만한 당신은 오죽하겠어요? 다음엔 연락 줘요. 공일공 헛둘헛둘에 귀뚤귀뚤! 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우선 겉날개를 뒤로 한껏 젖히세요. 바이올린 켜듯 우툴두툴한 돌기를 맞대고 힘껏 비비세요. 날개가 없군요? 우린 눈물이 없어요. 소리는 우리가 낼 테니, 눈물은 당신이 쏟으세요. 행주 짜듯 힘껏 울고 나면, 티슈처럼 가벼워질 거예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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