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니켈과 같은 비철(非鐵) 금속 가격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코로나에서 벗어나 조업 활동을 재개하면서 수요를 견인하는 데다 달러화 가치 하락, 광산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비철금속은 전량 수입해야 하므로 가격이 올라가면 원가가 상승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9일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구리(동) 가격은 톤(t)당 6천790.5달러로 연초 대비 10.14%나 올랐다. 2018년 6월 중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구리는 글로벌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구리박사)라고도 불린다.
중국이 산업활동을 확대하면서 구리 수입을 늘린 게 컸다.
중국의 8월 비가공 구리 및 구리 반제품 수입은 1년 전보다 65.5% 급증한 66만8천486t을 기록했다. 7월의 76만2천211t에 이어 역대 2위의 수입량이다.
공급 불안도 작용했다. 남미지역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칠레와 페루의 7월 구리 생산량은 1년 전보다 각각 4.6%, 2.2% 감소해 공급에 타격을 줬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 가격도 3월 하순부터 반등해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니켈 가격은 올해 1월 초 t당 1만4천290달러였다가 3월 1만1천55달러로 저점을 찍었다. 이어 상승세를 타더니 이달 1일에는 1만5천660달러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중국에서 스테인리스강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도 빠르게 늘면서 니켈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 세계 니켈 수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니켈 수요의 약 70%는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사용된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 7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31.5% 증가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단가가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 사용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체 니켈 수요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3%에서 2030년에는 2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올해 1월부터 원광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 조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니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점도 니켈 가격을 끌어올렸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4월 초 t당 1천421.50달러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반등하며 최근에는 1천763달러까지 올랐다.
비철 금속 가격이 오르는 것은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과도 관련이 있다. 비철금속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5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이달 1일에는 장중 한때 91.74까지 떨어져 201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원업계 전문가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경제활동도 확대됨에 따라 비철금속 가격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비철금속 가격이 오르면 제조원가도 올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