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고용동향에 반영될 추가 충격 여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 본격 반영될 9월 고용동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홍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12일 SNS를 통해 “전년동월비 취업자 감소폭이 석 달 연속 축소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한 말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거리두기로 고용지표에 다시 한번 ‘코로나발(發)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가 1년 전 대비 27만4,000명 감소해 6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8월 기준 가장 큰 감소폭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 경제 상황이 더 힘들다”라는 말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8월 고용동향에서는 취업자 감소폭이 전월 대비 3,000명 줄어드는 등 일부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기는 했지만 역시 고용의 질이 문제다. 우선 정부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인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5만5,000명, 5.1%) 인력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라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명, 7.1%)을 비롯해 ‘비대면 수요’ 확대로 운수 및 창고업(5만6,000명, 4.0%)의 고용 인력도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해당 부분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도매 및 소매업(-17만6,000명, -4.9%)과 숙박 및 음식점업(-16만9,000명, -7.2%)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동영상 강의 등 비대면 교육 활성화로 교육서비스업(-8만9,000명, -4.7%) 인력도 줄었다.
연령별로는 공공일자리 증가로 일자리가 늘어난 60세 이상(38만4,000명)에서만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반면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30대(-23만명), 40대(-18만2,000명), 20대(-13만9,000명), 50대(-7만4,000명) 등 나머지 연령층은 모두 취업자 수가 줄었다. 특히 고용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7만2,000명 감소해 구직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취업포기자도 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9,000명 증가한 68만2,000명을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는 246만2,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폭은 29만명으로 지난 5월(32만명) 이후 최대다. 2017년 8월(173만2,000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73만명이 늘었다.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나 종업원 감축도 증가 추세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6,000명(1.6%) 늘어난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7만2,000명(-11.2%) 줄었다.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의 영향으로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도 3,000명가량 줄었다.
다만 이번 수치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전에 조사돼 9월부터 실업률이 본격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후9시 이후 식당 등의 운영이 중단돼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 움직임으로 ‘추석 대목’을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 취업자 수 감소 추이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09년의 ‘8개월 연속’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임시일용직·자영업자 등의 어려운 고용 여건이 지속되는 등 고용시장의 하방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근본적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방역 및 백신 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한국판 뉴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