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조선시대 포도청도 '가짜뉴스'에 골머리 앓았다

[책꽂이-조선경찰] 허남오 지음, 가람기획 펴냄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이 놈을 매우 쳐라.”

사극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포도청(捕盜廳). 그저 도둑을 잡아들이고 곤장을 치는 곳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포도청은 전국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오늘날의 경찰보다도 폭넓은 활동을 하던 조선의 권력기관이었다. 포도청에 속한 포졸은 때론 임금을 호위했다가 불법 벌목을 단속하는 산림감시원이 되기도 했고, 화재에 대비한 소방관 역할까지 맡기도 했다. 세계에서 포도청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전문 포도기관도 없다. 근대식 경찰의 뿌리인 파리경찰청과 런던경찰청은 1892년 생겨난 데에 반해 포도청은 그보다 300년 앞선 1500년대 설치됐다.


신간 ‘조선경찰’은 영조 때부터 고종 때까지 포도청의 범죄 수사기록인 ‘포도청 등록(1775~1890)’을 바탕으로 조선 경찰의 광범위한 활약상을 다룬 책이다. 절도와 강도는 물론이고 사전 주조, 인삼 밀매, 국경에서의 잡상 행위, 밀도살 등 조선시대의 모든 사회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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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밀려드는 온갖 사건으로 포도청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신종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는데, 조선시대 경찰 역시 가짜 윤음(綸音), 즉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았다. 정조가 즉위한 직후에는 ‘과거제도를 고친다’ ‘관리가 뇌물을 받으면 사형에 처한다’ ‘양인도 옛글에 능통하면 가려 쓴다’ ‘술은 망국의 폐가 있으니 절대 금한다’ 등의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포도청이 수사에 나섰지만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자 정조는 이를 진화하기 위해 사실이 아니라는 역 윤음을 내리기도 했다.

왕권을 수호하던 기관인 포도청은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범죄가 다양해짐에 따라 그 역할도 커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중요한 범죄는 서울 포도청으로 이관됐고, 상급기관인 형조(刑曹)의 지시에 따라 다른 기관으로 사건을 송치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포도청은 1894년 갑오개혁 때 경무청으로 이름을 바꿔 유지되어오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 사실상 해체된다.

책은 포도청의 변천사부터 조선의 3대 도적, 조선의 신종범죄, 구한말의 경무청, 역대 포도대장과 경무사까지 우리 경찰의 역사를 흥미롭게 총망라한다. 1만5,8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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