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가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에 대해 다른 국가의 반응이나 평가 등을 지켜본 뒤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 0.5%에 대해서는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인하 여력이 다 소진됐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10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의결한 뒤 열린 설명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매년 2회 이상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방향 등을 정리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작성해 국회 제출한다.
이날 설명회에서 박종석 부총재보는 미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연준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움직임이나 반응과 평가를 봐야 한다”며 “초기 단계에서 한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연준이나 주요국 동향을 보고 우리나라 통화정책 체계에도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참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 연준은 지난달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평균 2%인 물가상승률 목표를 장기간에 걸쳐 달성하겠다는 의미로 일정 기간 목표를 넘어도 용인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 박 부총재보는 “연준이 과거보다 고용을 더 고려하겠다는 것”이라며 “금리정책여력을 확보하고자하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대출이나 공개시장조작 등 다른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수침체로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를 밑돌아 통화완화를 자극해 연내 금리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박 부총재보는 “정책금리가 상당히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여력이 다 소진됐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 뿐 아니라 다른 정책수단이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책금리 수준은 경제상황으로 볼 때 경기부진을 완화시켜 회복하는데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기준금리 운용 방향에 대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0%)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물가상승압력도 낮아 통화정책 완화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에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주가 등 가격변수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그동안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에 크게 의존해온 중소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택시장으로의 자금유입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