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인 동박(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을 만드는 SK넥실리스가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가 먼저 진출한 말레이시아에 생산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에서 대만의 장춘(CCP)과 함께 ‘빅3’로 통한다.
장춘은 12.9%로 1위이고,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각각 9.7%와 7.4%를 차지하고 있다. 1~3위 업체가 근소한 차로 치열한 1위 경쟁을 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말레이시아 등을 포함한 해외 생산공장 부지를 찾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와 미국, 중국, 폴란드 등으로 후보지를 압축하고, 빠르면 연말께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 등을 포함해 SK넥실리스의 모회사인 SKC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주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는 최근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등에 투자의향을 내비치고 현지 지자체에 투자시 세감면 등의 혜택 조항 등에 대한 답변을 전해 듣고 후보지를 압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을 포함해 해외 여러 국가에 공장신설과 관련한 부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공장 신설을 위한 부지를) 가급적 연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SK넥실리스가 동박 생산 공장을 추진하는 말레이시아는 경쟁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가 3년전에 진출해 있는 사라왁주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1·2위 동박 업체들이 나란히 말레이시아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2017년 사라왁주에 진출해 지난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올해 연간 2만톤까지 동박 생산을 늘렸다. 지난 7월에는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입해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경쟁사인 SK넥실리스 진출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SK넥실리스가 일진머티리얼즈의 핵심 엔지니어와 숙련공을 빼가기 위해 인접한 지역에 공장을 짓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공장을 짓고도 동박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넥실리스가 해외 공장을 짓고 조기에 수율을 맞추기 위해 일진머티리얼즈의 핵심인력을 염두해 두고 말레이시아로 지역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간의 인력유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해외 공장이 진출해 있는 지역에 같은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동박업체 1·2위가 핵심 인력 유치를 위해 소모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