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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의 확산, 대도시 중심의 사무실로부터 해방의 시작

기존 대도시의 업무 중심지구의 공실률도 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업무 공간에도 변화를 빠르게 가지고 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전보다 원격근무 시행기업은 4배 이상 증가했다. 업무 방식에서도 대면보고, 회의, 외근 등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활동은 많이 감소했다. 300여 개의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회식은 무려 97%나 감소하였다.

이런 변화는 가장 먼저 ‘사무실’의 가치를 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원격근무의 시작이 질병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트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일은 사무실 밖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체득한 것이다. 그렇게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사무실은 ‘유휴공간’으로, ‘필요’가 아닌 ‘선택’으로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사무실을 없애는 시도를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트위터, 뉴욕데일리뉴스 등 유명한 기업들이 줄을 지어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올해 편집국을 폐쇄하고 이후 생긴 유휴공간을 공간 대여로 수익을 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실리콘 밸리에서 화려한 사옥으로 경쟁하던 흐름도 코로나 이후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내 대기업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여 분산 오피스로 사용을 도모하고 있다. SK는 최근 기존에 있던 공간을 활용하여 본사가 아닌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업무공간을 만들었다. 롯데쇼핑도 롯데백화점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여 분산 오피스를 구축하였다. 재택근무의 환경이 마땅하지 않은 근로자는 집과 가까운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원격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흐름의 영향인지 기존 대도시의 업무 중심지구의 공실률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공실률은 올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2분기에는 2% 상승했다. 18년도 이후로 꾸준히 공실률 하락세를 보이던 것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이 외에도 주요 도시의 중심업무지구의 공실률도 적지만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시대가 가속화되고, 새로운 업무 형태도 도입되면서 좋은 업무 공간의 개념이 재정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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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업무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브랜드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디자인 스튜디오 리빗(Livit)은 언제 어디서나 사무실이 될 수 있는 1인 모듈형 건축물을 선보였다. 일본에서는 지하철 역사 내부에 1인 업무 공간을 전화부스처럼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집무실'이라는 브랜드가 지난 8월에 첫선을 보였다. 디자인 에이전시 ‘엔스파이어'와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로켓펀치'가 최근 합병하여 만든 공유오피스 브랜드이다. 두 회사의 경험이 섞여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집무실의 가장 큰 특징은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업무공간을 조성한 점이다. 또 개인의 업무 성향에 맞춘 자체 제작 워크 모듈을 제공하여 쾌적한 1인 업무 환경을 만든 것도 큰 특징이다.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앞으로 대도시의 업무 중심지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게 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 19 이후 원격근무의 확산은 바꿀 수 없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것은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실제로 많은 근로자가 입을 모아 원격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제가 빨리 자리 잡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이 중심지로 출퇴근하던 일상이 앞으로는 다양한 형태로 나누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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