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현안공조 패스트트랙’ 가동···한미 ‘동맹균열’ 우려 차단

[한미 ‘동맹대화’ 신설 합의]

남북냉각에 흔들린 외교관계 다잡고

미중 갈등 속 견고한 파트너 강조

워킹그룹과 별개 군사·외교 논의

최종건(오른쪽)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0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최종건(오른쪽)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0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 외교당국이 국장급 협의체인 ‘동맹대화’를 신설한 것은 최근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미 국장급 간 대화 채널이 구축되면서 방위비분담금,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과의 끈끈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려는 미국 측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한미워킹그룹은 남북관계까지 엮어 3자 이슈인 반면 국장급 실무협의는 한미 양자 간 이슈”라며 동맹대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외교적·군사적 현안이 있기 때문에 한미 간 부담을 덜자는 것”이라면서 “워킹그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동맹대화는 북한 이슈와 별개로 순수하게 한미동맹 강화가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간 대북제재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자 우리 여권에서는 대북제재 전담기구인 한미워킹그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를 냉각기로 돌려놓았다. 이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미워킹그룹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꺼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한미워킹그룹에 우리 권한을 모두 위탁하는 통감 정치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한미워킹그룹의 중지라든지 구체적인 실천이라도 뭐 하나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해체론까지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미국과 한국은 외교적인 노력, 대북제재 이행과 실행, 남북 간 협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율한다”며 한미워킹그룹의 기능을 조정하려는 주장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같은 발언들이 이어지며 한미 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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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저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핵심축 역할을 해왔음을 평가한다”며 한미동맹의 단단함을 재확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제재와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한미워킹그룹이 비판을 받으면서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는 분석이 많다”며 “한미워킹그룹은 그대로 비판받더라도 한미동맹이 다른 차원으로 더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맹대화는 정상급·고위급에서 이뤄지던 방위비분담금, 주한미군 이전,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통상적 협상과 달리 양국 대통령의 초관심 이슈로 부상했다”며 “동맹대화는 양측 간에 매우 디테일한 협상을 하는 일종의 완충지대로 작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관급 대화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서라도 국장급에서 논의한 뒤 차관급에서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기구)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심을 못 잡던 한국이 대선을 앞둔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 차관은 방미를 앞둔 9일 “(미중) 등거리 외교가 아니라 (한미)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숙고에 있어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고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해명하는 취지로 풀이됐다. 이 대사 역시 11일 미 조지워싱턴대가 주최한 한국전쟁 70주년 콘퍼런스 축사에서 “과거 한미동맹이 주로 안보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면에서 한국이 미국의 견고한 파트너”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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