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의 연내 입법화를 예고한 가운데 약 900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을 지게 될 보험업계는 물론 법 개정의 수혜집단으로 꼽히는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고에게 의무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정부 법안이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는 이달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입법화할 방침이다.
특고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처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로부터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개정안은 특고 가운데서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직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특히 보험설계사는 특고 중에서도 노무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1~2곳 이내로 전속성이 높아 고용보험 우선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러나 정작 법 개정의 수혜집단으로 꼽히는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보험설계사 수는 42만3,719명으로 이 중 약 20%가 월소득 50만원 미만, 40%가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 설계사로 추정되는데 고용보험료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이 저능률 설계사들부터 대량 해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소득 설계사의 경우 의무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늘어나는 고용보험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능률 설계사들부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내놓은 ‘전국민 고용보험에 따른 보험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기준으로 보험사와 설계사가 1.6%의 요율로 고용보험료를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보험사·법인보험대리점(GA)과 설계사가 각각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는 893억원에 이른다. 각 보험사가 추가로 발생하는 보험료 부담을 고정비용 절감으로 상쇄할 경우 전체 설계사의 2%에 해당하는 7,000명가량의 설계사가 해촉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설계사는 신규 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인 모집활동에 종사한 비중이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이직이 빈번한 만큼 기금 안정성 차원에서도 가입대상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설계사 직종의 특수성을 반영해 제도 적용 방식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며 당사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의견수렴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