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온라인 공연, 극장에선 팔지 않는 특별한 좌석이죠”

[인터뷰]김지원 EMK뮤지컬 부대표

국내 공연 최초 유료 온라인 공연 시작

10월 ‘모차르트!’ 3만9,000원 스트리밍

업계 몸사릴 때 “지금이 적기” 총대 메

적정 가격대·전문 채널 등 과제 많지만

11월 국내 최초 장르 ‘웹 뮤지컬’도 공개




공연기획사 EMK뮤지컬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무료로 제공돼 오던 온라인 공연을 유료 상품으로 내놓고 티켓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공연계는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대면 공연의 대안으로 비대면 온라인 공연의 병행이 불가피하다고 공감을 하면서도 선뜻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하지는 못했다. 유료 관객을 유치하려면 단순한 무대 녹화와는 다른, 높은 수준의 영상의 질과 이를 위한 추가 투자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두가 몸 사리는 일에 가장 먼저 총대를 멘 이는 김지원(사진) EMK 부대표다. EMK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EMK인터내셔널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미 2015년부터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공연 영상의 유료 상영을 진행해왔다. “공연 영상은 극장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장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김 부대표를 통의동 EMK 사옥에서 만났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김 부대표가 몸담은 공연계의 한숨은 특히 짙다. 김 부대표는 “단 두 달 만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5~6월만 해도 제작자와 배우들이 ‘어려워도 한번 가보자’고 결정하면 무대를 올릴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의지로 뭔가를 밀고 나갈 분위기가 아닙니다.” 객석 띄어앉기 의무 적용으로 객석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공연을 올리는 것 자체가 손해인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유료 온라인 공연으로 선보이는 뮤지컬 ‘모차르트!’/사진=EMK뮤지컬오는 10월 유료 온라인 공연으로 선보이는 뮤지컬 ‘모차르트!’/사진=EMK뮤지컬


위기 속에 대안으로 떠오른 게 온라인 공연이다. 코로나19로 취소·연기된 주요 작품들은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기존 공연 영상이나 실황을 중계해왔다. 대부분이 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먼 무료 송출이었다. 이런 가운데 EMK는 내달 3~4일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공연을 유료(3만 9,000원) 온라인 공연으로 선보인다. 지난 6~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공연에 지미집과 무인 달리, 풀 HD 카메라를 동원해 영상을 촬영했다. 김 부대표는 “모차르트는 해외 팬덤이 강한 작품”이라며 “코로나 19 이후 해외 관객들의 꾸준한 요청이 있었고, 지금이 국내 공연 스트리밍 시장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볼 적기라는 판단에 유료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부대표는 일찌감치 공연 영상 및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5년 ‘마리 앙투아네트’, 2016·2017년 ‘마타하리’, 2018년 ‘웃는남자’의 공연 영상을 제작해 일본에서 유료 판매를 해왔다. 지난해엔 예술의전당과 함께 영상으로 제작한 뮤지컬 ‘웃는남자’를 메가박스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 공연의 영상화를 ‘현장감의 박제’라며 부정적으로 보던 공연계에서는 이례적인 행보였다.



“웃는남자는 당시 영화 ‘겨울왕국’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었어요. 그때 유료화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김 부대표는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론칭한 밥 아이거 전 디즈니 CEO의 ‘극장에 없는 좌석을 만들었다’는 말을 빌려 설명을 이어갔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선보이는 공연 영상은 극장의 제일 비싼 좌석에서도 보이지 않는 배우의 표정, 미세한 움직임을 볼 수 있어요. 우리가 해외 가수의 콘서트 영상을 보면서 ‘내한하면 꼭 보러 가겠다’고 생각하지 ‘영상으로 봤으니 됐다’고는 하지 않잖아요. 공연 영상은 그 자체로 새로운 장르이지 공연을 잠식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EMK는 이번 유료화를 계기로 ‘웹 뮤지컬’이라는 기존 대면·온라인 공연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웹 기반 작품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공연과 영상 두 시장에서 모두 저항감 없는 적정한 가격대를 찾아가는 작업,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고민, 공연 2차 저작물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조정 등 하나같이 국내엔 참고 사례가 없는 과제들뿐이다.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답이 안 나오는 싸움인 셈이다. 김 부대표는 “지금은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이라며 “언젠가 결실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새 장르를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관련기사



송주희·권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