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임대차법에 乙된 집주인들…'정부 의견 묵살에' 단톡방 집단행동

임대차법 '피해 호소' 집주인들 오픈채팅방 잇달아"

"집단 항의해야 효과" 정부·여당이 '민원 폭탄'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연합뉴스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연합뉴스



“9시입니다. 오늘도 민원 진행 부탁드립니다.”

1,1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오전 9시가 되자마자 ‘민원 독려’가 시작됐다. 이 오픈 채팅방의 이름은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실거주자 매매·매수 피해자방’이다. 임대차 3법을 비롯한 정부의 주택 관련 규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의 업무 담당자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 전화를 쉴 새 없이 넣고 있다. 관련 법안을 주도한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로 민원 대상이다. 한 참여자는 “정부가 우리의 의견을 전혀 들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있느냐”며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모여 목소리를 내야 조금이라도 덜 불리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모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시행 40여일이 지난 임대차3법 등으로 수세에 몰린 집주인들이 정부의 주택 정책에 반발하며 개설한 오픈채팅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른 집주인들의 역차별 피해 호소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오픈채팅방에서는 집단 민원 제기, 집회 추진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는 오픈채팅방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오픈채팅방 검색창에서 ‘부동산 대책’, ‘임대차3법’ 등 검색어를 입력하면 ‘반대 모임’, ‘피해자 모임’ 같은 채팅방이 수 십 건씩 나온다. 위 사례처럼 참여자가 수 백~1,000명 이상 모인 곳도 많다. ‘617대책·710대책·임대사업자·임대차3법 반대 행동’ 채팅방은 780여명, ‘임대사업자·임대차3법·617대책·710대책’ 채팅방은 1,400여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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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개설 등을 통한 반발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오픈채팅방’이 더 활성화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게시글 형태로 정제해 올려야 하는 커뮤니티와 달리 채팅 형식으로 의견을 바로바로 전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의 분위기는 훨씬 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각자 처한 사례를 호소하거나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는 표현도 훨씬 원색적이다. 임대를 내주고 있는 집주인과 임대사업자, 단순 주택 보유자, 매수 대기자 등 사정은 천차만별이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모인 이들이다.



한 참여자는 “개별 민원은 정부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집단으로 진행해야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은 단순히 모여서 정부에 불만을 터뜨리는 수준을 넘어 ‘민원 폭탄’과 같은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각 부처별 업무 담당자 연락처 외에도 여당 의원 개인 전화번호 및 의원실 연락처 등을 공유하면서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오픈채팅방에서는 공무원 업무시간을 감안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한 상태다. 쏟아지는 ‘민원 폭탄’에 연락이 닿지 않으면 팩스를 보내거나 다른 부서를 통한 민원 제기까지 내고 있다.

정상적인 행태로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들이 집단 문제제기에 나선 ‘실거주 매수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불가’ 이슈는 당초 정부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여야와 정부, 언론을 가리지 않은 ‘민원 폭탄’에 결국 크게 부각돼 정부가 설명자료를 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집단행동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매일 진행되는 ‘민원 폭탄’ 탓에 실제 긴급한 질의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가 제때 민원 상담을 받기 어렵다거나 반대편의 중요한 의견이 묵살되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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