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체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유례없던 긴 장마 등의 여파로 올 3·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최소 30~40%, 많게는 50% 이상 빠지면서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 중이다. 최성수기로 분류되는 9~11월에 여름 부진을 만회해야 하지만 궂은 날씨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도 예상보다 밀리면서 속 앓이가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업체들이 각종 악재 속에 좀체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레미콘 업체들은 지난 7~8월 죽을 쒔다. 7월 초에는 운송비 협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수도권 레미콘 업체와 지입차주로 구성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전운연)이 우여곡절 끝에 9%대 인상안을 도출했지만, 곧바로 7월 하순부터 한 달 간 장마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건설 현장 공기가 늦어지고 연쇄적으로 레미콘 등 건자재도 나가지 못했다. 여름이 비수기라지만 예상보다 ‘보릿고개’가 더 길어지면서 9월 이후 실적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이런 실타래를 풀어내기에는 상황 자체가 너무 안 좋다는 점에 있다. 당장 대면 비즈니스가 멈췄다. 한 대형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9월부터 11월까지가 성수기인데, 지난 두 달여간 너무 매출이 많이 빠져 웬만큼 해서는 빈틈을 메우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레미콘이 공급과잉인데다 건설사를 상대로 대면 영업을 바짝 하기도 힘들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도 예상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해 빠르면 하반기에 SOC 공사 상당수가 첫 삽을 뜰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에 돌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싹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SOC 공사가 지원 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중견 레미콘 업체 임원은 “(정부 지원이) 재난지원금 지급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SOC도 영향을 받는 거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올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에 올라가는 그림 자체를 포기했다. 한 레미콘 조합 관계자는 “7~8월이 너무 안 좋았고 9월도 예상보다 좋지 않다”며 “체감으로는 3분기에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온 거 같은데 더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중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 3·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곳이 수두룩하다”며 “날씨라도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