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종합)기적의 칩샷 이글…이미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LPGA투어 ANA인스퍼레이션 최종

극적 연장전 합류 뒤 끝내기 버디

칩인 3차례나…마법의 쇼트게임

고진영 이어 2년 연속 한국인 챔프

박인비 공동 37위·박성현 40위

이미림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 18번홀 그린 뒤편에서 칩샷을 시도하고 있다. 이 볼이 홀로 빨려들어가 이글이 되면서 극적으로 공동 선두를 이룰 수 있었다. /AFP연합뉴스이미림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 18번홀 그린 뒤편에서 칩샷을 시도하고 있다. 이 볼이 홀로 빨려들어가 이글이 되면서 극적으로 공동 선두를 이룰 수 있었다. /AFP연합뉴스




이미림이 ‘챔피언의 연못’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뒤 활짝 웃고 있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이미림이 ‘챔피언의 연못’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뒤 활짝 웃고 있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관중은 없었지만 메이저대회의 모든 것이 담긴 드라마였다.”

미국 골프채널은 14일(한국시간) 끝난 여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에 대해 이같이 총평했다. 관객 없이도 완벽하게 연출된 무대의 중심에는 이미림(30·NH투자증권)이 있었다.

최종라운드 17번홀(파3)까지만 해도 이미림은 조연 배우처럼 보였다. 선두 넬리 코르다(미국)를 1타 차로 추격하다 이 홀에서 파 퍼트에 실패했다. 한 홀을 남기고 2타 차로 떨어져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진 듯했다. 하지만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이미림은 물로 둘러싸인 그린을 향해 과감한 5번 우드 샷을 날렸다. 그린 뒤편에 갤러리 스탠드 대신 설치해놓은 파란 벽을 안전장치 삼은 계산된 공략이었다. 펜스 앞에서 홀까지 거리는 30m 정도 됐다. 짧게 떠올랐다가 그린에 떨어진 볼은 내리막 경사를 따라 홀 방향으로 구르더니 깃대를 맞히는 소리와 함께 컵 속으로 사라졌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반드시 이글이 필요한 상황에서 터진 기적 같은 칩인 이글이었다.


이미림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먼저 마쳤고 마지막 조의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이미림·코르다·헨더슨의 3인 연장전이 성사됐다. 18번홀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는 페어웨이를 놓친 코르다가 6m 버디 퍼트에 실패하며 먼저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2m 남짓한 헨더슨의 버디 퍼트가 왼쪽으로 빗나가자 이미림은 그보다 조금 짧은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짜릿한 역전극의 주연으로 빛났다. 세계 3위 코르다와 9위 헨더슨이 화려한 조연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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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의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은 이렇게 완성됐다. 이미림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열린 이 대회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뒤 ‘호수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우승으로 이미림은 2017년 3월 KIA 클래식 이후 3년6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지난해 우승자 고진영(25)이 불참한 가운데 이 대회 우승은 2년 연속 한국 선수의 차지가 됐다. 우승상금은 46만5,000달러(약 5억5,000만원)다.

‘메이저퀸’ 이미림에게는 웨지가 요술 지팡이였다. 이날 공동 선두 코르나·헨더슨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는데 그중 4타를 그린 밖에서 웨지 샷으로 해결하는 마법의 쇼트게임을 과시했다. 18번홀 이글에 앞서 6번(파4)과 16번홀(파4)에서는 칩샷을 홀에 집어넣어 버디를 잡았다. 최정상급 투어 선수들에게도 ‘한 라운드 3차례 칩인’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2015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김혜윤(은퇴)이 1·2·4번홀 칩인 버디를 발판 삼아 역전 우승까지 치달았던 사례가 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 이미림은 2010년부터 KLPGA 투어에서 뛰며 2011년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과 2012년 한국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2014년 미국에 진출, 그 해 2승을 따낸 그는 2017년 세 번째 우승 이후 주춤하다 메이저에서 침묵을 깼다. 2013년 이 대회 우승자 박인비(32)는 1언더파 공동 37위, 이 대회로 LPGA 투어에 복귀한 박성현(27)은 이븐파 공동 40위로 마쳤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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