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이어 사실상 일본 내각을 이끌어 가게 됐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집권당인 자민당은 이날 오후 도쿄도(東京都) 소재 호텔에서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열어 스가 장관을 차기 총재로 선출했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에 투표권이 부여됐는데 스가 장관이 유효투표 543표 중 377표를 가져가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총재 자리를 두고 대결을 벌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89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6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일본 국회는 이틀 후인 16일 소집되는 임시회에서 차기 총리를 뽑는 정식 선거를 시행한다. 자민당은 의회 다수파로 사실상 이날 스가 장관이 제99대 총리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2012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취임한 후 7년 8개월여 만에 일본 총리가 바뀌게 된다.
출마 전부터 스가 장관은 자민당 7개 파벌 중 주요 5개 파벌의 지지를 받아 대세론을 형성했다. 스가 장관은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며 아베노믹스 등 아베 정권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스가 장관은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라고 부르는 등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기 때문에 당장 한일 관계를 개선할 움직임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치권의 관심은 중의원 해산 시점에 쏠려 있다. 스가 장관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아베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원칙적으로 내년 9월에 다시 총재 선거를 해야 하지만 스가 장관은 그전에 국회를 해산할 가능성이 있다.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면 스가 장관이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가 장관은 16일 총리로 선출되면 바로 새 내각을 발족할 것으로 보이며 그가 맡았던 관방장관을 비롯한 주요 직위에 누구를 배치할지도 주목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