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이’가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 내심 기분이 많이 좋습니다. 서른 살 이상이의 모습이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작품.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추억할 때 사진첩처럼 자리하고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배우 이상이는 지난 13일 종영한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를 추억 속 한편에 소중히 기억될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각인시켜준 ‘한다다’에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종영의 아쉬움은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아쉬움이 큰 것 같아요.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을 처음 해보는 거였고,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가족이 되었는데 이제 촬영이 끝나면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게 제일 속상해요. 또 촬영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들 간의 합이 ‘척하면 척!’ 정말 잘 맞는 팀인데 앞으로 그런 호흡들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지만 그만큼 기분 좋게 잘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가 출연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송가(家)네 자녀들이 모두 ‘한 번 다녀왔다’(이혼)는 콘셉트로 부모와 자식 간 이혼에 대한 간극과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담은 가족 주말극. 이상이는 극 중 사돈 집안인 송가네 셋째 딸 송다희(이초희 분)에게 빠져드는 능청스러운 치과의사 ‘윤재석’ 역을 연기했다.
윤재석은 실제 이상이와도 비슷한 면이 많았다. 이상이는 “싱크로율이 90%로, 편안하고 유쾌한 모습들이 재석이와 많이 닮아서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된 것 같다”고. 하지만 그는 “비혼주의자 재석이가 결혼을 결심하고 외조계획서까지 준비해서 다희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현실적인 용기는 배우고 싶어요.”라며 나머지 10% 이상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밝혔다.
“원래 제 목소리가 저음이라 목소리 톤을 높이려고 노력했어요. 재석이가 장난도 많이 치고 능글맞은 성격이니까 그걸 잘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투도 빠르게 하구요. 다희를 바라보는 눈빛,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들을 보여주려고 저한테 평소에 없던 외향적인 모습들을 많이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었어요. 외적인 변화로도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이상이는 윤재석의 명장면으로 ‘선자리에 180도 변신한 다희가 가짜 여자친구로 나타난 장면’을 꼽았다. 그는 “재석이가 다희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된 장면이라 재석이에게 중요한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명대사로 “근데 사돈 혹시 나 좋아해요? 그러면 이런 거 하지 마요. 나는요 사돈. 지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을 접고 있어요. 근데 사돈이 자꾸 이러면은 나 또 부풀어요. 그럼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다시는 이런 식으로 나 기대하게 하지 말아줘요.”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가만히 대사를 살펴보면, 이 말은 분명 거절이 맞는데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재석이의 마음은 거절이 아닌데 거절의 말들을 다희에게 해야하는…대사와 마음이 반비례하는 상황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라고 설명했다.
이상이는 사랑 앞에서 직진할 줄 아는 인물 그 자체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이초희와 함께 ‘사돈커플’, ‘다재커플(다희·재석)’로 불릴 때 더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그는 “이초희라는 파트너를 참 잘 만났다”며 다시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초반에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초희 누나가 먼저 마음을 많이 열어주고 리드 해줬어요. 덕분에 재석이가 다희에게 여러 장난들을 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초희 누나랑 제대로 된 로맨스 코미디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만나서 호흡을 맞추면 재미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연극, 뮤지컬로 먼저 데뷔한 이상이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KBS2 ‘동백꽃 필 무렵’, 그리고 ‘한다다’까지 매년 쉬지 않고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 비결로 그는 자신의 장점인 ‘성실함’을 들었다. 그는 “스스로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자신을 더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며 배우로서의 포부도 함께 드러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되 항상 새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배우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이 배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고 보면, ‘윤재석’이었잖아! 하고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요. 욕심일 수도 있는데 한 배역이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변신을 시도하고 싶어요.”
배우 ‘이상이’의 목표가 무한한 변신이라면 인간 ‘이상이’의 목표와 꿈은 걱정 없이 사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나 꿈이 아닐 수 있지만 그에게는 큰 꿈이자 목표다.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평가를 받게 되잖아요. 좋은 평가만 받으며 살 수 없다는 걸 분명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평가를 받았을 때 배우이기 전에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고 아프기도 할 텐데 그런 것들에 너무 붙잡혀 있지 않고 행복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