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라운드에 선두와 2타 차일 때부터 이미 기적이 일어났다고 신기해했는걸요.”
14일 이미림의 우승에 선수만큼 얼떨떨해한 사람이 또 있다. LPGA 투어 출신의 김송희(32)씨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몇몇 선수를 가르치는 김씨는 지난 7월부터 이미림의 스윙코치 역할도 맡고 있다. 이미림은 “100m 이상 공이 뻗어 나가지를 않는다” “골프를 계속해야 할 동기를 잃은 느낌”이라며 국가대표 2년 선배인 김씨를 찾아간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메이저대회를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제패해버렸다.
한 달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씨는 “처음 (이)미림이를 봤을 때 콘택트 자체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손의 쓰임이 많아서 공을 억지로 맞혀 치는 듯했다”며 “너무 어려운 데서 답을 찾지 말고 다운스윙 때 빨라지는 버릇을 버리기 위해 타이밍을 늦추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미림은 미국으로 돌아간 후 첫 대회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지만 “공이 갑자기 떠서 방방 나가기 시작했다”며 놀라워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그는 이번 대회 때도 김씨에게 매일 스윙 영상을 보내고 화상통화로 리듬을 점검받은 끝에 우승까지 내달렸다. 김씨는 “예전에는 안 풀릴 때 뭘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실수가 나와도 어떻게 대처할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에서 동료들과 연습하며 경쟁도 하고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재미를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림은 LPGA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좋은데 믿기지가 않는다. 마지막 홀 가면서 2위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글이 나왔다”며 “대회 결과는 좋았지만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더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