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무색하게 펄펄 날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올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가격을 올리며 인상 릴레이를 지속하고 있다. 올 들어 인상 횟수가 더욱 잦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자유롭지 못한 소비자들의 ‘보복 심리’ 등이 크게 작용하면서 오히려 명품 매출은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은 이달 초 일부 상품에 대해 약 10%의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디올 벨트백은 135만원에서 155만원으로 14% 올랐고, ‘수지 클러치’로 잘 알려진 디올 트레블키트는 145만원에서 160만원으로 10% 인상했다. 또 새들백은 395만원에서 415만원으로 5%가량 가격이 올랐다.
디올의 가격 인상은 2달 만이다. 디올은 앞서 7월에도 대표 상품인 레이디 디올백을 비롯한 인기 상품의 가격을 12~15%가량 인상한 바 있다. 디올의 한 관계자는 “7월에 인상하지 않았던 일부 제품이 9월 초에 올랐다”며 “가격 인상에도 일부 라인의 경우 품절로 구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샤넬과 루이비통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은 인기 제품인 보이 샤넬 등을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올렸다. 루이비통도 일부 핸드백 제품 가격을 5~6%가량 인상했다. 특히 루이비통 가격 인상은 지난해 11월, 올해 3월에 이어 단기간에 세 번째였다. 샤넬도 지난해 10월에 이어 6개월 만에 올렸다.
그러나 이 같은 잦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 7월까지 매달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명품의 매출은 지난 3월을 제외하고 매달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2.5% 증가하며 1년래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발생한 8~9월에도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8월 전체 매출은 9%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29%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전체 매출은 17% 감소한 반면, 명품 매출은 22%나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던 명품 브랜드들이 이제는 수시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에 1020세대 등 명품을 찾는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명품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