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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에너지원'은 포도당이 아닌 지방산

국립암센터 연구팀 규명

지방산 산화 차단했더니

에너지저장소 ATP 40%↓

저지방 식이 췌장암 생쥐

종양 형성 3분의1로 감소

정상 세포의 에너지원은 포도당이지만, 암세포의 에너지원은 지방산(fatty acid)이라는 사실을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또 췌장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섭취를 차단하고 탄수화물만 먹이거나, 칼로리 균형이 잡힌 저지방 먹이를 줬더니 종양 형성이 각각 4분의1, 3분의1로 감소했다. 반면 고지방 식이군은 종양이 2배 증가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김수열 암생물학연구부 박사팀은 암세포도 정상세포와 마찬가지로 포도당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대사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1931년 노벨상 수상자 오토 와버그 박사의 학설을 세포·동물실험을 통해 뒤엎었다. 연구팀은 와버그 박사가 당시 포도당만 들어있는 배양액으로 실험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하는 ATP의 구조(왼쪽)와 김수열 국립암센터 박사.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하는 ATP의 구조(왼쪽)와 김수열 국립암센터 박사.



김 박사팀은 암세포가 지방산 산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이 과정을 차단하면 정상 세포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암세포에선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하는 유기화합물인 ATP(adenosine triphosphate·아데노신 3인산) 생성이 40%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췌장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섭취를 차단하고 탄수화물만 먹였더니 종양 형성이 4분의1로 줄었다. 칼로리 균형이 잡힌 저지방식만 먹인 생쥐는 종양 형성이 3분의1로 감소했다. 반면 고지방 식이군은 종양이 2배 증가했다. 지방산 산화 과정을 차단·억제하면 종양 발생과 암세포 증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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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산은 암세포에서 지방산 산화 및 산화적 인산화(OxPhos)를 통해 ATP 생산을 위한 주요 전자(electrons) 공급원이었다. 인체와 유사한 배양조건의 세포실험을 통해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산소를 더 많이 사용해 더 빨리 자란다는 것도 확인했다. ATP는 호흡에 의해 생성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인체는 보통 250g의 ATP를 갖고 있으며 이는 AA 건전지 1개 몫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24시간 동안 몸무게 만큼의 ATP가 만들어지고 파괴된다.

김 박사는 “에너지원을 지방산에서 탄수화물로 대체한 것 만으로 암 발생이 4분의1로 감소한 것은 항암치료에 견줄 만한 효과”라며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지방산 산화를 차단하는 물질이 새로운 암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이 모든 암에서 사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성과가 그 기전(메커니즘)이나 원인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s)에 발표됐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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