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툭하면 특별법...법질서만 흔든다

벌써부터 여야 불문 목청 커져

기존 법체계와 충돌 부작용 우려

'이름만 특별법' 사례도 수두룩




국회가 대중영합주의에 빠져 특별법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요 정당들이 면밀한 사전 검토 없이 특별법 입법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에 의존하면서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등 부작용이 갈수록 커진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특별법 관련 발의(개정안 포함)가 1,492건에 달했지만 실제 가결된 것은 271건에 그쳤다. 총 1,002건 발의돼 206건만 가결됐던 19대 국회와 비교하면 특별법 관련 발의가 5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각종 특별법 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야를 불문하고 커지고 있다. 지방소멸 인구감소 위기지역 지원 특별법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 초안 등 지역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여당에서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역시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법 처리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등 당리당략에 따른 특별법 의존도는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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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체 법률 중 약 10%를 차지하는 특별법의 상당수는 보상 등 시혜적 성격이 강하거나 지역개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들의 일시적 고통이나 분노, 지역민심 등에 뿌리를 두다 보니 기존 법체계를 흩뜨리는 게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에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이 기존 법령이 정하는 사항에 대해 예외적인 내용과 사항을 규정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다른 법률과 충돌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특히 특별법 제정의 남용은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지나치게 여론에 집착해 수시로 법질서를 변동시켜 올바른 법의식 정착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교통사고 유형에 따라 특별법 간의 적용관계가 달라지는 경우에서 보듯이 특별법 남용은 국민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법의 실효성과 준법의식 약화를 낳는다”며 “‘파산법’과 ‘예금자보호법’의 기본취지를 거스르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추진에서 보듯이 특별법 제정은 국민 여론과 정치적 이유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법의 합리성도 결여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특정인·사항·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처분적인 내용의 특별조치법이 남발되면 형평성의 문제를 발생시켜 평등원칙을 위반한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특별법이 남용되는 것은 개별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욕심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제처 출신의 한 관계자는 “어느 의원이든 자신들이 만든 법이 기존의 법에 우선해 효력을 발휘하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특별법으로 규율할 만한 게 없는데도 일단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름만 특별법이라고 붙이는 사례도 꽤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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