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기초연구 지원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의 한 연구단장이 절차를 밟지 않고 아들이 재직 중인 다른 기관의 연구실에 소속 연구원과 연구재료·장비를 지원 했다가 적발됐다. 2011년 설립된 IBS는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순수 기초과학 연구를 장기·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15일 IBS에 따르면 IBS 감사부는 A 단장이 소속 연구원 B씨를 자신의 아들이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일하는 다른 기관의 한 연구실에서 일하도록 한 것을 지난해 12월 확인했다. 이에 징계위원회에서 A 단장은 지난 2월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원장으로부터 3개월 보직 해임 조치를 받은 뒤 지난 7월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IBS는 관련 연구비와 인건비 3,000만원가량도 환수했다.
A 단장은 다른 연구기관과 인력 등을 교류하려면 관련 부서에 신고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연구단의 연구재료와 장비 일부도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했다.
이에 대해 징계위원회는 A 단장이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원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공동 연구를 위한 내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만 문제로 삼았다. 해당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A 단장 측과 아들 연구실의 공동연구로 실린 점을 인정한 것이다. IBS 관계자는 “공동연구에 대한 내부 절차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어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IBS의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은 지난해 2~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횡령 등 도덕적 해이가 적발돼 이후 남모 단장이 해임되고 형사고발 됐으며 문제가 된 연구비 환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IBS는 각 연구단을 대전 본원 또는 과학기술특화대학과 일반대학에 설치하고 있는데 본원을 비롯해 서울·수원·대구·울산·포항·광주·부산 등 31개 연구단이 있으며 앞으로 총 50개 연구단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IBS 연구단은 물리학·화학·수학·생명과학·지구과학·융합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IBS 측은 “2012년 연구에 착수한 8개 연구단이 8년차를 맞아 올해 연구단 지속여부를 결정하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