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에서 단기 재정지출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공적 영역의 일자리 확대 같은 구조적인 지출을 늘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창용(사진)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6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의 역할’ 온라인 세미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국장은 “단기 부양 효과는 크고 장기 재정 부담은 줄이는 방향으로 확대한 재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으로 정부 총지출은 554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 본예산만 558조원을 넘는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0.4%포인트 늘어나 4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0%)을 들어 부채가 건전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국장은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현재의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이 오는 2030년이 되면 50%, 2050년 되면 100%가 된다”며 “어느 정치인이 세금을 올리겠다고 나서겠느냐만, 재정준칙 수립이 시급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복지와 증세의 타협점을 찾을 것이냐도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국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채 발행이 급증하며 채권 금리가 상승하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 정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장기 성장률이 하락 추세이고 스태그플래이션과 고령화 문제도 있어 중앙은행이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하며 선진국에 비해 제약이 많은 비전통적 화폐 수단을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수량 조절을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일드커브컨트롤(정부가 채권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시중 유동성의 흐름과 관련해 이 국장은 “지속된 양적완화로 지금은 자산가격이 높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재유행하거나 백신 개발이 늦어지면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며 (증시에도) 조정이 있을 것이고, 이는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