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배터리 분사' LG화학 6%대 급락] 개인들 반발 매도...LG화학 시총 이틀새 5조 증발

"화학회사로만 남을것" 실망감 작용

개인 1,400억 '팔자'...외인·기관 받아

증권가 "기업가치 더 높아질것" 분석

내달 30일 임시주총...개미 반격 관심




배터리 사업 분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LG화학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틀간 시가총액 5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사업 가치 재평가로 주가에 호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들은 LG화학의 성장동력이 사라졌다며 반발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은 전거래일보다 6.11%(4만2,000원) 급락한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이 임시이사회에서 배터리 사업 부문의 분사를 결정하면서 낙폭이 더 커졌다. 분사 결정에 실망한 개인들은 투매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개인들은 이날 하루에만 1,46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들이 내놓은 매물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죄다 받아냈다. 저가 매수 기회로 생각한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1,041억원과 352억원 등 총 1,40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 분사를 바라보는 각 투자주체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시총은 이틀 사이 51조3,000억원에서 45조5,000억원으로 5조원 이상 사라졌다.


개인투자자들이 LG화학 주식을 대거 내던진 것은 불안감과 실망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성장성이 인정받아 주가가 올랐는데 배터리 사업이 제외되면 LG화학은 단순한 석유화학기업으로 현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추산하는 LG화학 기업가치의 60% 안팎을 배터리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60%를 차지하는 사업이 자회사로 빠져나가게 되면 아무리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LG화학에 반영되는 배터리 사업의 가치가 할인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이다. 특히 분사하는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100% 자회사로 남 아있지 않고 앞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LG화학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어 주가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개인들을 투매로 나서게 만들었다. 이미 거래소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될 경우 K뉴딜지수 구성에서 LG화학을 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



개인들의 우려와 달리 증권사들은 이번 분사를 대체로 호재로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배터리 사업 부문의 가치가 더 크게 올라 할인 우려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추정한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부문 예상가치는 40조~50조원대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LG화학과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의 기업가치(EV)는 77조원임을 고려하면 성장성이나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가치는 현재 주가에 내재된 수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순수 배터리 업체 대비 할인 거래되고 있었고, 선발 배터리 업체 전체적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공개 역시 이른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말 분사가 진행된다면 프리IPO 등을 거칠 경우 적어도 1년 정도가 필요하다. 당장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사업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에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거세지만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일부 개인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거론하고 있지만 합병이 아닌 주주 가치에 변화가 없는 물적분할에서는 청구권이 없다는 해석이다. 결국 개인들의 불만은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에 따르면 기업 분할 결정은 주주총회 특별의결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총발행 주식 수의 3분의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의 최대주주는 ㈜LG이며 관계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이번 주총 의결권이 있는 총 주식(우선주+보통주, 자사주는 제외)의 30.75%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개인 주주들은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으로 9.82%에 불과하다. 올해 개인들이 LG화학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총 230만주가량(약 3%)을 순매수하고 기존 우선주 보유 지분까지 고려하면 15%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경우 우호지분이 36%가량 더 필요하지만 주총 불참 주주들을 고려하면 이변이 없는 한 배터리 사업 분할 건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개인 주주들이 예상외의 단결력을 보여주거나 소액주주로 분류된 법인 주주들의 태도, 국민연금의 선택 등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박성호·이승배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