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담당 국장이 16일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 수준으로 여력이 있으니 팍팍 써도 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금 복지 수준으로도 2050년에는 채무비율이 100%를 넘을 만큼 레드라인(한계선)에 섰는데 우리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날 ‘중간 경제 전망’에서 “임금 보조금이나 단기고용 프로그램이 기존 일자리 보존에는 효과적이지만 구조조정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금을 통한 일시적 일자리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GDP 대비 정부 소비 비중이 2018년 15.8%로 8년 새 1.4%포인트 올라 OECD국 중 콜롬비아 다음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도 기울어진 경제 정책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다.
국내외 기관이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음에도 정부는 자기 최면에 걸려 있다고 할 정도로 과도한 확신에 빠져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가 파탄 난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나라 곳간의 파수꾼인 경제수장마저 확장재정에 마취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가 ‘국가재정을 지키자’는 연재의 일환으로 진행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재정지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통신료 감면 등 무차별적 지원이 아니라 승수효과를 극대화할 곳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재정준칙을 마련하고 예산의 용처를 정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에 함몰된 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경로를 염두에 둔 보다 정교한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