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항소 사유 없이 원심보다 높은 형량 선고 안돼”

검사 항소하면서 양형부당 이유 안 써…2심은 형량 높여

서울 서초동 대법원/연합뉴스서울 서초동 대법원/연합뉴스



검사가 구체적인 항소 사유를 적시하지 않았다면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길가에 서 있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사고로 자동차가 일부 파손되고 이 차에 타고 있던 B씨 등 3명이 다쳤다. 검찰은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타르타르산염 등을 복용하고 운전을 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봤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A씨가 뒤따라온 피해자들의 항의를 받고 사고 처리 조치를 한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안전운전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탓에 차량을 충격해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그대로 차량을 운전해 현장에서 이탈했다”면서도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따라온 피해자의 항의를 받고 사고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형량이 가볍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014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비롯해 양형사유를 종합하면 1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약물 복용 혐의에 대한 검찰 측 항소는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사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2심 재판부가 1심을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항소이유서에는 ‘약물의 영향에 의해 운전하지 못할 상태에 있었으므로 1심은 사실을 오인해 그르친 위법이 있다. 그 죄질에 비해 1심 선고형은 과경하다’고 기재돼 있을 뿐”이라며 “이는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양형부당 주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대법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항소이유서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1심 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A씨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경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