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는 급등하는 반면 달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기조 유지 등 악재에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달러의 경우 구조적인 하락세에 돌입한 만큼 약달러 추세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24포인트 하락한 92.97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인덱스는 16일 연준이 경제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소폭 상승 마감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전망 조정에 반등했던 달러 가치가 연준의 제로금리 장기화 방침과 구조적 달러 하락장 진입 우려로 하루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누가 이기든 달러 약세는 막지 못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BMO 전략가인 존 힐은 “달러 약세는 현재 일반적으로 매우 일치된 의견”이라며 “연준은 짧은 기간만 비둘기파적이지 않고 구조적이고 오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위안화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18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내외 금리 차 확대를 배경으로 위안화 기준치를 닷새째 올려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6.7591위안으로 전날 대비 0.12% 절상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초 이후 1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중 무역전쟁 등 갈등 상황에서도 위안화는 지난 5월 달러당 7.1316위안까지 올랐지만(가치 하락) 이후 중국의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서 급속히 절상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폭넓은 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가 나온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 회복에 공을 들이면서 당분간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7일 중국 위안화가 역내 거래에서 앞으로 1년 안에 달러당 6.5위안까지 평가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태평양 주식 수석 전략가인 티머시 모는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중국 위안화의 향후 1년 내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6.7위안에서 6.5위안으로 좀 더 확고히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망 근거로 달러화가 지난 수년간 강세를 보인 후 ‘구조적 약세기간’에 접어든 점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