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텐센트 투자받은 韓게임·엔터..."불똥 튀면 어쩌나" 바짝 긴장

[텐센트로 향하는 트럼프의 칼]

카카오 6.49%·넷마블 17.55% 등

국내 게임사에 대규모 지분투자

YG 등 엔터사에도 영향력 미쳐

미중관계 지속 악화땐 피해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를 정조준하면서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한 미국 게임사들에 데이터 보안 프로토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함에 따라 텐센트가 주주인 국내 기업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텐센트는 국내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의 주요 주주다. 텐센트가 4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카카오(035720)가 대표적이다. 텐센트는 자회사 막시모를 통해 카카오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범수 의장에게 72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텐센트는 자회사 에이스빌을 통해 2018년 카카오게임즈(293490) 유상증자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지분가치가 1,500억원대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넷마블(251270)을 비롯해 크래프톤, 4:33(네시삼십삼분) 등 다양한 게임사에도 대규모 지분투자를 이어왔다. 넷마블 3대 주주로 17.55% 지분을 갖고 있고 2014년에는 네이버와 함께 계열사를 통해 4:33에 1,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배틀로열 방식의 1인칭슈팅게임(FPS)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히트를 친 크래프톤의 지분 13.2%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룡 퍼블리셔’이기도 하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한 다수의 한국 게임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텐센트는 펍지주식회사(PUBG)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퍼블리싱을 담당했다. 전 세계에서 6억 다운로드를 달성한 모바일 버전은 펍지 모회사 크래프톤과 공동 개발했고 현재 글로벌 배급을 맡고 있다. 2일 인도 정부가 중국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금지해 퍼블리싱 권한을 펍지로 넘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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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영향력을 미쳐왔다. YG엔터테인먼트가 2016년 텐센트와 그 계열사인 웨잉 등으로부터 약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역으로 2018년 텐센트 계열사인 텐센트뮤직에 129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투자가 아닌 파트너십 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국내 음원의 중국 현지 유통을 텐센트뮤직에 맡겼고 지니뮤직은 K팝 음원을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 산하 QQ뮤직 등에 공급하고 있다.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텐센트와의 지분관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미중 갈등이 계속 악화되면 불똥이 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 같은 미국 게임 회사들이 직접적인 타깃이 된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는 투자받은 모든 회사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텐센트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 지분 투자한 기업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양국 간 갈등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당장 심각한 영향을 걱정하기보다 미중 관계 악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틱톡이 미중 마찰에 휘말렸을 때도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된 바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에 영향을 끼친 것은 없었다”며 “지금으로서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텐센트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미국이 노리고 있는 것은 중국 기업을 압박해 중국을 굴복시키는 모양새”라며 “텐센트·화웨이 등 주력 기업 외에 이들이 투자한 기업까지 제재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지현·정혜진·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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