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술인도 사업자도 불만인 고용보험…전체 예술인 60%는 혜택 못받아

[예술인 고용보험 실효성 논란]

법개정안 입법예고...12월부터 시행

월 50만원이상 벌어야 지급 대상

임시직 많아 7만여명만 적용 추산

"연극으로 월50만원 힘들어" 한숨

사업주들도 적자에 보험료 부담

소규모 공연장이 몰려 있는 서울 혜화역 인근 대학로 상권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방진혁 기자소규모 공연장이 몰려 있는 서울 혜화역 인근 대학로 상권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방진혁 기자



# 18일 서울 혜화역 인근 대학로에서 만난 연극인 A씨는 정부가 이날 입법 예고한 예술인 고용보험법에 대해 “가입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A씨는 “무대 경험이 적은 친구들의 경우 보통 연극 한 편당 20만~30만원의 수당을 받기 때문에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로 상권도 죽어 있는 상황에서 연극으로만 월 소득 50만원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예술인 고용보험 첫발은 뗐는데…현장에서는 실효성 논란=고용노동부가 예술인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18일 입법 예고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오는 12월부터 예술인도 실업급여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정작 예술인과 사업주 모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도움은 될 것”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시행령에 따르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인 예술인은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문화예술 용역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다. 가입 대상은 배우나 기술지원 등을 위한 현장 스태프 등이다. 신진예술인, 경력단절 예술인 등도 포함된다. 보험료는 보수액을 기준으로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0.8%씩 부담한다. 구직급여 상한액은 하루 6만6,000원으로 일반 근로자와 같다. 지급기간도 120일에서 270일로 동일하다.

예술인이 실직으로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또 자발적 이직 등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예술인은 일정 조건 아래서 소득 감소로 이직한 경우에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직 직전 3개월간 보수가 전년도보다 20% 이상 감소하거나 이직 직전 1년 동안 전년도 평균 보수보다 20% 적게 번 달이 5개월 이상인 경우다. 또 출산일 전 피보험 단위 기간이 3개월 이상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출산 전후 급여로 출산 직전 1년간 월평균 보수의 100%를 90일 동안 지급받을 수 있다.



◇예술인 전체에서 정규직은 7%에 불과…60% 이상 예술인이 혜택 못 봐=문제는 예술인이 문화예술 용역 계약으로 얻는 월평균 수입이 50만원 미만이면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둘 이상의 계약을 맺은 경우 합산 소득이 50만원 이상이어야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보통 연습을 위해 한 공연에 매진하고 나머지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는 현실에서 동시에 두 개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로의 또 다른 연극인 B씨는 “장기공연인 오픈 런 공연을 제외하면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도 지난 7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술노동연대는 “예술인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예술인을 배제하는, 예술인 고용보험법 시행령 추진을 반대한다”며 “정부 당국은 건별 보수 50만원 혹은 70만원 이하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가 프리랜서를 예로 들며 “미술 현장에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이 고착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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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은 17만8,540명이다. 이 중 고용원이 없는 1인 사업체가 36.8%, 계약직·기간직 19.8%, 시간제 7%, 일용직 3.7% 등 소득이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는 예술인은 67.3%에 이른다. 정규직은 7%에 불과하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약 7만명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60%가량의 예술인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매출 급감했는데…사업주들도 난감=사업주들은 공연업종 불황으로 적자인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들이 밀폐·밀집·밀접이라는 ‘3밀’을 기피하면서 매출이 급감한데다 거리 두기로 입장객 수까지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공연을 하기 위한 인건비는 고정비이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이번 시행령에 대해 노사·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3일까지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월10일 시행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이 편리하도록 표준계약서를 작업하고 있다”며 “현재 나온 것은 초안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해 11월쯤 정부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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