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 받는 유럽종양학회가 19일(현지시간) 개막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128940)이 각각 해외로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가 공개를 앞두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유럽종양학회(ESMO)에는 세계 160개국 2만여명이 참여한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가장 주목받는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 레이저티닙’이다. 얀센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EGFR) 돌연변이 소견을 갖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을 병용 투여한 임상 1b결과를 첫 공개한다. 특히 경쟁약물인 ‘타그리소’ 투여로 내성이 생긴 환자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유한양행은 추가적인 기술료 유입을 받을 수 있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이하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임상 2상의 두 번째 코호트(동일집단) 연구 결과도 공개된다.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 치료질환 확대와 임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임상 2상을 환자 특성에 따라 7개의 코호트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앞서 첫 번째 코호트 임상은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두 번째 코호트 임상은 평가변수 목표치를 달성했다. 스펙트럼은 두 번째 코호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는 메드팩토와 이수앱지스, 에이치엘비(028300) 등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 메드팩토는 항암 신약 ‘백토서팁’과 위암 치료제 ‘파클리탁셀’의 병용 임상 1b상 결과를 공개한다. 회사는 전이성 위선암 환자에 대한 2차 치료제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100mg, 200mg, 300mg 등 3개 용량별로 피험자군을 분류해 백토서팁을 주 5일 투약하고, 파클리탁셀은 주 1회 80mg/m2 병용 투여한 결과 200mg, 300mg 투약 환자군에서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5.5개월로 나타났다. 기존에 보고된 파클리탁셀 단독요법의 PFS 중앙값이 2.9개월인 것에 비해 고무적인 결과다.
이수앱지스는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단백질 ErbB3을 타깃하는 항암 신약 ‘ISU104’의 단독 및 ‘세툭시맙’ 병용 투여 결과를 발표한다. ISU104는 세툭시맙 병용 투여 시 목적반응률(ORR) 36.4%, 질병조절률(DCR)은 81.8%로 확인됐다. 병용 투약 환자군에서 완전관해가 관찰됐으며, 투약 중단에 이르는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ESMO에서 발표할 임상 데이터는 마지막 환자의 투약이 올해 3월에 시작돼 10월에 끝나는 만큼 신뢰성이 높다”면서 “1차 치료제의 내성 및 재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ISU104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치엘비는 핵심 파이프라인 ‘리보세라닙’의 간세포암 임상 2상 결과를 선보인다.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이 진행한 이번 임상은 1차 치료 대상자 70명과 2차 치료 대상자 120명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결과로, 대상자의 88%가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학회는 6월에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더불어 전 세계 암연구자와 학계, 산업계 관계자 수 만명이 찾는 필수 코스”라면서 “이번 학회를 통해 다양한 소식이 나오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