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방문한 아베 신조 전 총리./[아베 트위터 캡처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총리에서 퇴임한 지 사흘 만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신사를 전격 참배한 의도가 주목된다.
보수·우익세력을 결집해 개헌 등 미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른바 상왕(上王) 정치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이달 16일에 총리를 퇴임했다는 것을 영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는 이날 방명록에 ‘전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적었다.
퇴임 보고를 명분으로 내세운 참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재선출된 후 여론과 정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중·참의원 선거에서 여섯 차례 연속 대승을 이끈 아베의 정치 연륜에 비춰보면 참배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그간 극우세력은 물론이고 전몰자 유족 등 보수·우파진영에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아베가 뒤늦게 이에 화답한 양상이라고 교도는 분석했다.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아베가 정치적 구심력을 유지하는 방편인 셈이다.
일부 매체는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자민당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만큼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또 스가 신임 총리가 정권의 과제 중 하나로 개헌을 꼽은 만큼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면 아베의 역할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건강을 회복한 후 다시 총리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9가지 구기 종목, 12개 리그의 경기력 향상 등을 도모하는 단체인 일본톱리그협력기구의 가와부치 사부로 회장은 3년이 지나도 아베가 68세라는 점을 거론하며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어 건강을 회복한 그날은 재재 등판도 가능하다”고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쓰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가 퇴임했다가 다시 취임하기를 세 번 되풀이해 네 차례 재임했고, 가쓰라 다로는 두 차례 복귀해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아베도 2007년 1차 집권기를 마치고 물러난 후 정계에 머물다 2012년 12월 총리로 복귀해 최장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아베는 20일 기준 만 65세로 스가 신임 총리보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적고 이날 만 80세 생일을 맞은 아소 다로 부총리보다 열다섯 살 어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