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알포)의 건강보험급여를 둘러싼 정부와 제약업계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치매 환자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법원이 콜린알포에 대한 정부의 보험급여범위 축소 조치에 제동을 걸어 오는 29일까지는 효력이 일단 정지됐다. 하지만 업계는 결국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환자 본인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 시장 축소는 물론 소비자 선택권도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콜린알포의 건강보험급여 축소를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 고시’를 본안 소송 선고일인 29일까지 집행 정지하기로 했다. 법원은 집행정지 이유에 대해 “향후 환자들이 기존보다 상당히 늘어난 비용을 감수하면서 해당 약품을 계속 처방받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뇌기능 개선제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5년 동화약품이 품목 허가를 받아 처음 도입했다. 현재는 대웅(003090)바이오, 종근당(185750), 유한양행(000100), 대원제약(003220) 등 대형 제약사를 통해 판매되며 20여년 간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당국이 “치매 치료제로 효능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정부는 효능이 불확실한 의약품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매 환자 4명 중 1명에게 처방되는 등 막대한 보험 급여비가 낭비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검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콜린알포 제제에 대해 중증·일반 치매에만 현행 급여를 유지하고, 경도 인지장애나 정서불안·노인성 우울증에 대해서는 선별 급여를 적용해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8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같은 달 콜린알포 성분 의약품 255개 품목(134개사)의 임상 재평가를 실시해 약물 유효성과 안전성을 재검증하기로 했다. 재평가를 받지 않으면 해당 의약품은 판매할 수 없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제약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콜린알포의 효능은 지난 1995년 이후 25년간 입증되어 왔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입장을 바꾸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콜린알포 처방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6%나 증가했을 정도로 의료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잇다. 국내 제약 업계 관계자는 “콜린알포의 임상적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뇌기능개선제 중에는 가장 많은 임상 근거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콜린알포를 전문의약품으로 사용하는 러시아에서는 건망형 경도인지 장애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 콜린알포는 초기 치매 환자에게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제제로 소개되고 있다”며 “급여범위가 축소되면 환자들의 부담금이 늘어나는 만큼 시장 축소는 불가피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