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신교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이 21일 사상 첫 온라인 정기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 논의를 결론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전 목사에 대한 이단 논의는 추후있을 임원회의를 통해 재논의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이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회의인 만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예장 합동은 제105회 정기총회를 경기도 용인시 새에덴교회를 본부로 전국 교회를 연결한 온라인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했다. 앞서 개신교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정기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기로 결정했다. 정기총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는 1912년부터 시작된 예장 합동 정기총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관심을 끈 안건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의 이단 규정 여부였다. 예장 합동을 비롯한 개신교계 주요 교단들은 개신교를 향한 사회적인 비난 여론을 몰고 온 전 목사 이단 규정을 이번 총회 주요 안건으로 논의할 계획이었다. 앞서 전 목사는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고 발언해 신성 모독 논란을 불러왔고, 지난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강행하면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당초 이번 총회는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총회장 등 임원진 선출과 새임원진에 대한 교단 내 주요 사안 보고, 주요 안건 심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초반부터 화상연결이 끊기는 등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원활한 진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회의 진행이 줄줄이 늦춰지면서 전 목사 이단 규정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예장 통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에서 진행한 예장 통합 105회 정기총회는 대의원 등 일부 관계자만 입장한 채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예장 통합 역시 코로나19 확산 방치차원에서 진행한 첫 총회였지만 결과적으로 발표가 지연되고 보고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혼선이 생기면서 전 목사 이단 규정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총회가 마무리됐다.
한 개신교 주요 교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첫 온라인 총회를 진행하면서 미흡한 부분이 점이 있었다”며 “당초 3~4일가량 진행되는 총회를 단시간에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 방침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가며 총회를 진행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 이단 규정은 추후 열릴 임원회에서 결론 내려질 전망이다. 임원회의는 새로 꾸려진 각 교단 임원들이 모여 교단 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다. 하지만 총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안건이 줄줄이 밀려 있는데다 새로 꾸려진 임원회 역시 코로나19가 지속할 경우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전 목사의 이단 여부는 쉽게 결론 내려지기 어려울 것으로 교계는 보고 있다.
한 개신교 목사는 “전 목사 이단 규정은 상당기간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수감 상태인 전 목사의 활동이 가로막힌 상황인 만큼 일단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심사숙고해 전 목사의 이단 여부를 최종 결론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신교계는 이날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을 시작으로 이달 중 온라인으로 정기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