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전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연설문을 관통하는 주제인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을 북한과의 보건협력으로까지 넓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지리적 환경을 공유한 ‘생명공동체’로 규정하고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함께 노출되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매개로 협력하며 멈춰선 남북평화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자는 것이다.
보건 분야에서 북한과의 공동협력은 문 대통령이 지난 3·1절 메시지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은 물론 인접한 중국과 일본,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며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보건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지금 세계는 자국의 국토를 지키는 전통적인 안보에서 포괄적 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재해와 재난, 테러와 사이버범죄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과 국제적인 범죄에 공동 대응해오고 있지만, 전쟁 이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의 위기 앞에서 이웃 나라의 안전이 자국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다”며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며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