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공수처 사실상 반대... "여당 독주에 사법독립 훼손 될라"

"조직 비대화도 문제...추가검토 필요"

野견제 없는 與 공수처장 임명 추진

우회적 비판 입장 의견서에 담아

옥상옥 거대 권력기구 탄생 우려도

대법원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구가 야당의 견제 없이 세워질 수 있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에서 ‘국회에서 추천하는 4인’으로 대체했다.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장 임명이 늦춰지고 있는 데 대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후보추천위원이 자칫 ‘힘’의 논리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보추천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거대 여당의 이른바 ‘밀어붙이기’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 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의견서’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례적으로 긴 6쪽 분량의 의견서에는 기존 공수처법 6조 4항을 개정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우회적으로 담겼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4인’으로 바꾼다는 조항에 대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 원칙 등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추천위원 선정 방식을 바꾸는 데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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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사처 검사의 요건을 ‘5년 이상 변호사’로 완화한 데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처 수사관 인원 확대, 공수처장의 직무권한 확대, 공무원 등의 고발 의무 신설 등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수사처 수사관 인원을 기존 ‘40명 이내’에서 ‘50명 이상 70명 이하’로 늘리고 검찰청으로부터 수사관을 인원제한 없이 파견받는 것을 두고도 ‘조직이 비대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 여당이 개정안으로 후보 추천 방식은 물론 수사처 검사 요건까지 바꾸는 등 독불장군식 추진 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특히 기존에 공수처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변호사들로 채워지거나 조직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옥상옥’, 거대 권력기구의 탄생이라는 우려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입장표명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다소 변화된 모습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야당 법사위에 제출한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 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사법부 독립 원칙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신중한 고려를 거쳐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최근 검토 의견서에서는 우려를 표하는 등 보다 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에 대한 법원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담은 듯 보인다”며 “여당이 현직 법관의 실명을 딴 금지법까지 발의하면서 앞으로 판사에 대한 여당의 공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원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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