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 눈]어쩌다 삼수생이 되었나

박민주 생활산업부




지난 2018년 면세점 대표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이 불과 2년 만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 유찰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매출 1위 인천공항은 삼수의 굴욕을 겪게 됐다.


흥행 참패의 1차적 원인은 전 세계 하늘길을 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있다. 1년 가까이 매출이 반 토막 난 상태가 계속되자 업체들이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내실 챙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천공항의 고질적인 높은 임대료 탓이라는 것. 인천공항은 면세점 임대료로 여행객 수와 상관없는 최소보장액을 징수하고 있다. 사업권 입찰 때마다 급격히 오른 임대료는 2015년 대비 75%나 올라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일부 사업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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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고임대료 정책은 코로나19로 맞아 곪아 터졌다. 2월 진행된 제4기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사상 처음으로 일부 구역에 유찰이 발생한 것이다. 한 달 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자 전 세계 공항들은 임대료 50% 감면 등 앞다퉈 지원책을 들고나왔지만 인천공항은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결국 인천공항은 한시적으로 매출액 연동 영업요율제를 들고나왔고 사업권 입찰에 기준이 되는 최소보장액(임대료)도 30% 인하해 2차 입찰에 나섰다. 다만 이 역시 2015년 진행된 3기 입찰 때보다도 높아 인하 폭을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인천공항은 23일 세 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마감일이 다음 달 13일로 바뀌었을 뿐 계약조건은 직전 입찰과 같았다. 이번 입찰이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압박 카드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적자 경영을 감수하면서 면세 사업에 뛰어들 업체는 없어 또다시 유찰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익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사업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임대구조의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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